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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중국, '항일 승전 80주년' 열병식 개최…대만 겨냥 '군 현대화·부패 숙청'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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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중국, '항일 승전 80주년' 열병식 개최…대만 겨냥 '군 현대화·부패 숙청' 병행

첨단 무기 대거 공개하며 '2027년 대만 침공' 목표 과시
국방부장·군 부주석 등 최고위급 45명 숙청…'시진핑 충성 군대' 재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각),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과 동시에, 시진핑 주석이 대만 침공 능력마저 저해하는 군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대규모 숙청을 진행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는 최강의 군대를 과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뿌리 깊은 부패와 씨름하는 중국군의 현주소를 짚은 것이다.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퍼레이드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DF-17), 대륙간탄도미사일(DF-41) 등 최신예 전략 무기와 6세대 스텔스 전투기, 세 번째 항공모함 등을 총동원해 금세기 중반까지 미국에 필적하는 군사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낼 예정이다.

◇ 겉으론 '군사굴기' 과시…속으론 '부패 숙청' 칼바람


겉으로 드러난 자신감 표출과 달리, 시 주석의 불만 섞인 속내도 감지된다. 지난 2년 동안 최소 45명의 군 고위 관료와 방산업체 임원이 부패 혐의 등으로 해임되거나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는 국방부장 두 명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두 명 등 최고위급 인사들까지 포함됐다. 이번 숙청이 시 주석의 최대 목표인 대만 통일 과업 수행에 군 내부 부패가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라일 모리스 연구원은 "군 지도부가 부패하거나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 본질적으로 준비 태세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 관리들 역시 이번 숙청이 시 주석 개인에 대한 충성을 다지고 그의 핵심 유산인 대만 통일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정치 통제 강화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인민해방군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함정 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을 건설했으며, 핵탄두 보유량을 2020년 200기에서 2024년 600기 이상으로 늘렸고, 2030년에는 1000기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고 군에 명령했다. 2027년 관례를 깨는 4연임이 유력한 그에게 대만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 ‘당이 총을 지휘한다’…시진핑, 군 장악력 회복 총력


미국 국방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의 조엘 우스노우 선임연구원은 "강군몽은 중국몽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도 있을 수 없다"며 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군사력 강화는 시 주석에게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 집권 10년이 훌쩍 지난 때에 이처럼 대규모 숙청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를 권력 약화의 신호가 아닌, 오히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예일대학교의 대니얼 매팅리 부교수는 인민해방군을 유능한 세계적 수준의 전투 부대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부패로 만연했던 군을 강력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2012년 그가 최고사령관에 올랐을 당시, 군은 강력한 장성들이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승진 거래를 하는 등 부패의 온상이었다. 시 주석은 "당이 총을 지휘한다"는 마오쩌둥의 원칙을 내세워 대규모 개혁에 착수, 수십 명의 고위 장성을 숙청하며 군 지휘 구조를 재편했다.

그는 부친인 혁명 원로 시중쉰의 후광과 군부 내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왔다. 서방이 독립 감독 기구로 군 부패를 통제하는 것과 달리, 시 주석은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조지프 토리기언 교수는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이 과거 기술적으로 우월한 적에게 승리한 원동력을 우월한 정치 공작과 사기에서 찾는다"며 "장성들이 당의 임무를 완전히 이해하고 믿을 때만이 정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 끝나지 않은 숙청…'홍(紅)과 전(專)' 겸비 불신


최근의 숙청 움직임은 시 주석이 여전히 군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함을 시사한다. 특히 군 지휘관들이 당에 대한 충성심('홍·紅')과 군사 전문성('전·專')을 겸비하는 데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의문은 시 주석이 현재의 지휘관들이 대만 침공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지 여부다. 2023년 4월부터 시작한 숙청은 대부분 시 주석 자신이 직접 승진시킨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다. 제임스타운 재단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부패 혐의로 사라지거나 해임된 군 관련 인사는 45명에 이른다. 2023년 해임된 리상푸 전 국방부장을 필두로, 시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먀오화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2024년 '중대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허웨이둥 부주석 역시 2025년 초부터 행방이 묘연하다.

숙청 대상은 ▲군사 기술 획득을 총괄하는 장비발전부(군수조달부) ▲국영 방산업체 ▲중국 핵전력을 관리하는 로켓군 등에 집중됐다. 특히 로켓군에서는 미사일 격납고 건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 단기 혼란 속 장기 포석…'시진핑 군대' 완성 박차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너선 친 전 CIA 분석가는 이번 숙청이 단순한 부패 척결을 넘어 정치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은 자신의 측근들이 지나치게 세력을 키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그들에게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군사 퍼레이드는 미국과 대만을 향한 명확한 군사·정치 메시지다. 과거 '경제성장 우선' 기조에서 벗어나 '안보가 곧 경제'라는 병렬 국가전략으로 바꿨음을 명확히 하는 행보다. 미 국방부는 이런 숙청이 단기에는 군의 준비 태세를 저해하고 군사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숙청을 통한 단기적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시 주석 개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시진핑의 군대'를 완성해 대만 통일의 초석을 다지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