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단속이 이뤄져 475명이 체포된 가운데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은 귀국했다.
그러나 멕시코·과테말라 등 중남미 출신 이주노동자 상당수는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과 생활 위기에 놓여 있어 최근 20년간 최대 규모로 이뤄진 이번 단속의 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한국인 300여 명 전세기 편 귀국
단속은 지난 9월 4일 새벽 시작됐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공장 부지 전역을 수색하며 근로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긴 줄에 세워 구금했다. 일부는 공장 환기구와 오수 처리 시설에 몸을 숨기기도 했다. 이후 한국인 구금자들은 신속히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으며, 한국 정부도 이 과정에 협조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남은 이민자들 “법적 지위 있었는데 왜 잡혔나”
그러나 멕시코, 과테말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온 이민자 상당수는 여전히 구금 상태거나 행방이 불분명하다.
애틀랜타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내 고객 중 두 명은 다카(DACA·어린 시절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구금됐다”며 “한 명은 결국 풀려났지만 다른 한 명은 음주운전 혐의로 여전히 구치소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망명 신청 절차를 밟던 중이었고, 남편과 같은 조건에서 일했지만 남편은 구금되지 않은 반면 본인만 구금됐다.
현지 이주민 단체 ‘마이그런트 이퀴티 사우스이스트’의 활동가 로사리오 팔라시오스는 “합법적 운전면허증을 가진 이들도 잡혀갔다”며 “누가 석방되고 누가 구금되는지 기준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외국인 등록번호조차 없어 가족들이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 가정 붕괴와 지역 경제 위기
단속으로 생계 기반을 잃은 가족들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역 비영리단체 ‘그로우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는 로지 해리슨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 전화가 가장 힘들다”며 “분유와 식료품조차 마련할 길이 없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단체는 이민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지원하지만, 연락 오는 대부분의 가족들이 “구금된 친척이 합법적 노동 자격을 가졌는데 왜 잡혀갔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 상황도 겹악화하고 있다. 이번 단속의 여파로 HL-GA 배터리 공장 인근 일자리가 흔들리는 가운데, 조만간 대형 고용주인 인터내셔널 페이퍼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800명이 추가로 실직할 예정이다.
◇ “트럼프 행정부 단속, 너무 광범위” 비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합법적 체류 신분을 가진 이들까지 겨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쿡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범죄자’의 정의를 시민권이 없는 모든 사람으로 넓혔다”며 “심지어 일부 합법적 노동자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