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희토류 의존도 심화…역내 산업 생산 차질 현실화
美·EU,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사활…핵심원자재법 발효 등 대응책 마련
美·EU,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사활…핵심원자재법 발효 등 대응책 마련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각)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대EU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2582톤으로 7월보다 21%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수출량은 590톤으로 5% 줄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올해 누적 수출 물량으로 비교하면 EU의 수입 규모는 이미 미국의 3배를 넘어섰다. 이 수치는 중국이 희토류 자석 공급망을 통해 미국보다 EU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中 희토류 무기화에 멍드는 EU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각종 군사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장악한 중국은 이를 미중 무역 대치 국면에서 가장 강력한 전략적 무기로 활용해왔다. 이러한 독점 구조는 서방 벤처 캐피털 업계에서 중국 중심의 기술·자원 의존을 '투자가 불가능한' 전략적 리스크로 인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로 양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듯했으나, 근본적인 공급망 독점 구조는 변하지 않아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EU 산업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최근 수출량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이어진 공급 차질의 여파는 역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주중 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 EU 기업들 사이에서 7건의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했으며, 9월에는 그 수가 46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더는 잠재적 위협이 아닌, 실제적 피해로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탈중국 가속하는 서방
공급망 위협에 직면한 서방 역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지난해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효하고, 폐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 같은 제3국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유일한 희토류 생산업체인 MP 머티리얼스가 올해 말부터 자석 상업 생산에 돌입하며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이번 중국 세관 자료가 희토류 자석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 통제의 핵심 대상인 특정 중희토류 원소가 포함된 자석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집계했기 때문이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수출 재개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세계 공급 통제는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 공급망의 다변화와 현지화가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