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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거품인가 미래 기술 혁명 주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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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거품인가 미래 기술 혁명 주역인가

양자컴퓨터 종목들 주가가 치솟는 가운데 그저 거품인지, 아니면 미래 기술혁명 주춧돌이 갖는 정당한 밸류에이션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 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컴퓨터 종목들 주가가 치솟는 가운데 그저 거품인지, 아니면 미래 기술혁명 주춧돌이 갖는 정당한 밸류에이션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 로이터

양자컴퓨터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거품일지, 아니면 미래 기술혁명을 약속하는 새 분야의 밝은 전망을 나타내는 정당한 상승세인지를 둘러 싸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시장 거품을 말할 때 흔하게 예시되는 ‘택시 운전사론’도 등장했다. 택시 운전사들까지 말하기 시작하면 이게 바로 거품 신호라는 것이다.

배런스는 8일(현지시각) 노련한 투자자들과 상당수 비관론자들이 이 택시 운전사론을 위험 신호로 간주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버 앞자리에 앉아 차를 모는 이들의 입에서 관련 종목 얘기가 들린다면 이는 시장 과열을 뜻하는 것으로 미련 없이 팔고 시장을 떠날 때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현재 양자컴퓨터가 이런 순간을 맞고 있다.

양자컴퓨터 열풍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과 함께 현재 기술혁명을 이끄는 핵심 분야다.

유엔은 올해를 ‘국제 양자의 해’로 지정했고,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역학 물리학자 트리오에게 돌아갔다.

양자컴퓨터 종목들은 폭등세다.

선도주 아이온Q는 올해 80% 급등했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디웨이브와 리게티는 각각 300%, 190% 넘게 폭등했다. 상승세가 가장 더딘 퀀텀컴퓨팅도 24% 뛰었다.

튤립 거품


금융시장 거품은 특정 자산 군의 가치가 이들이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수익을 크게 웃돌 때 형성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초 네덜란드 튤립 구근 거품이다. 투자자들은 튤립 구근 가격이 무한정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가계, 기업 가릴 것 없이 튤립 구근을 사들였다.

그러나 1637년 단 한 번의 경매 실패는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바꿔버렸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투기적 거품은 이렇게 꺼졌고, 투자자들은 튤립만이 아니라 모든 구근이 실제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쓰라린 진실을 새삼 깨달았다.

“불의 발견 이후 인류 최대 기술혁명”


양자컴퓨터는 인류 문명 자체를 바꿔버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슈퍼컴퓨터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중첩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대표적으로 암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암호를 모두 순식간에 풀어낼 수 있는 반면 양자컴퓨터로 만들어진 암호는 안 풀린다.

이외에 신약 개발을 비롯해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대변혁을 맞게 된다.

이 때문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양자컴퓨터의 기초 단위 인큐빗이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최대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허상인가


양자컴퓨터가 인류 최대의 기술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낙관은 그러나 거대한 현실의 벽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상용화 한계가 뚜렷하다. 지금은 밸류에이션에 걸맞은 실적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언제 매출을 충분히 끌어올려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온Q는 한때 2030년이 되면 흑자 달성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새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뒤에는 이런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리게티 같은 다른 양자컴퓨터 업체들은 아예 이런 목표조차 설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양자컴퓨터 4대 종목이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평균 4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이는 실적이 뒷받침된 것이 아니다. 그저 시장 분위기와 각종 뉴스 헤드라인에 힘입어 주가가 올랐을 뿐이다.

4개 스타트업의 2분기 매출은 모두 합해 고작 2600만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50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자동차 약 470억 달러어치를 팔아 치운 제너럴모터스(GM) 시총을 앞지른다.

거품이냐 미래 기술 혁명이냐


이런 점에 근거해 비관론자들은 양자컴퓨터가 심각한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양자컴퓨터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이 지금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변화의 규모를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이런 거품론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록 당장 매출이나 이익은 적지만 이 기술이 미래에 세상을 바꿀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정당하다고 이들은 평가하고 있다.

2조 달러짜리 시장


하임 이스라엘이 이끄는 BofA 애널리스트 팀은 지난 여름 분석 노트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 신약과 신소재를 만들어내며, 수명을 연장하고, 암호해독과 물류를 혁신하는 등 온갖 혁신을 부를 기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감히 가치를 매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BofA는 양자 시장이 2035년께에는 2조 달러짜리 시장이 돼 있을 것이라면 것 암호해독부터 딥러닝,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이보다 더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2035년이 되면 양자컴퓨터 시장이 280억~7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트래터지 자산운용 CEO 톰 헐릭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양자컴퓨터 밸류에이션은 현실에서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면서 미래 정상적인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수렴할 때까지 개미 투기꾼들이 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그 천장을 알 수가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