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서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정적 호소’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국 경제학자가 조언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CNA)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NA에 따르면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타이베이 중화경제연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논리적 접근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에 맞춘 감정적 메시지가 협상에서 더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통상전문가로 잘 알려진 허 교수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며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마스가)’라는 제안을 내놓은 사례를 소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계획은 미국 내 조선소 건설, 조선 기술자 양성, 미 해군 함정 수리 등을 포함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으로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언급은 금지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논리적인 통상 이슈를 꺼내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대만에도 같은 방식의 접근을 제안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우리도 미국 재건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다. 다만 국내 여론 설득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감정적 공감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리춘 전 대만 주유럽연합(EU) 대표는 “우리는 적이 아닌 친구와 협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의 유일한 안보 보장자이자 핵심 기술·공급망 파트너로 대만은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리 전 대표는 이어 “결국 관건은 대만 내부에서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국은 15년 전 한미FTA 협상에서 국내 시장 대부분을 개방했다. 대만은 과연 그런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유무역을 원하면서도 시장 개방을 꺼리는 것은 모순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