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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픈AI·엔비디아發 'AI 속도전', 데이터센터 투기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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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픈AI·엔비디아發 'AI 속도전', 데이터센터 투기 과열

400억 달러 M&A·'칩 리스백' 금융기법 총동원…"자금 순환 왜곡" 우려도
MS, 오라클 역량에 '회의론'…전력·인력난 속 신생업체 난립 '조정 임박' 경고
텍사스 애빌린에 위치한 오픈AI의 오라클 데이터센터. 오픈AI와 오라클이 4.5기가와트(GW)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엔비디아 등이 주도하는 'AI 속도전'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은 400억 달러 규모의 M&A, '칩 리스백' 같은 금융 기법까지 동원되며 투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자금 순환 왜곡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텍사스 애빌린에 위치한 오픈AI의 오라클 데이터센터. 오픈AI와 오라클이 4.5기가와트(GW)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엔비디아 등이 주도하는 'AI 속도전'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은 400억 달러 규모의 M&A, '칩 리스백' 같은 금융 기법까지 동원되며 투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자금 순환 왜곡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구축 붐이 불과 1년 만에 '투기 과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IT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20일(현지시각)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Wynn) 호텔에서 열린 한 업계 콘퍼런스를 인용하며, 행사장이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금융 업계의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한데 모여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논하는 열기로 뜨거웠다고 보도했다.

이 거대한 열풍의 중심에는 오픈AI가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는 2025년을 기점으로 5000억 달러(약 712조 원) 이상을 투입해 10기가와트(GW)에 이르는 데이터 센터 용량을 확보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오라클(Oracle), 소프트뱅크(SoftBank) 등과 협력에 나섰다.

불과 1년 전, 스트럭처 리서치(Structure Research)가 주최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행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당시 대화의 초점은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용지와 전력을 확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맞춰져 있었고, '스타게이트'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론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180도 달랐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잇따르고 오픈AI, xAI, 메타(Meta) 등이 앞으로 10년간 서버 운영과 임대에 수천억 달러 지출을 약속하자, 시장의 관심은 온통 "누가 가장 많은 기가와트(GW)를 구축할 것인가?", "누가 자금을 댈 것인가?", "수천억 달러의 건설비를 정당화할 만큼 AI가 수익을 낼 것인가?", "인력은 충분한가?"와 같은 질문들로 옮겨갔다.
실제로 오픈AI는 기존 텍사스 애빌린 메인 데이터 센터와 더불어 뉴멕시코 도냐 아나, 오하이오 로드스타운 등 5개 신규 부지를 추가, 총 7GW 용량을 확보해 2025년 말까지 10GW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다. 이들 시설로 총 2만 5000개 이상의 현장 일자리도 생길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센터 운영사 얼라인드 데이터 센터(Aligned Data Centers)를 400억 달러(약 57조 원)에 인수하는 등 기록적인 M&A도 성사됐다.

AI 업계의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기존 엔비디아 칩 외에 AMD 및 브로드컴과 공동 설계한 칩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xAI는 더 많은 서버 확보를 위해 주요 투자자인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한 뒤, 이를 다시 xAI에 임대(리스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오픈AI 역시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 및 운영 비용 감축을 위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투자사인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와의 칩 리스백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열된 열기 이면의 '그림자'…순환 자금·경험 부족 '경고등'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의 열기 이면에는 고조되는 우려도 분명히 존재했다고 디 인포메이션은 전했다. 업계 리더들은 자금 흐름이 지나치게 순환하거나 단일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거래에 연루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엔비디아가 칩 고객사나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자금이 사실상 칩 구매 형태로 엔비디아에 다시 흘러 들어가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컸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역할 확대가 시장 수요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험이 부족한 신규 대형 데이터 센터 진입자들이 많아지며 경쟁이 심화하는 반면, 심각한 인력난과 전력 공급 부족, 과도한 프로젝트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거대 기업 간 '신경전'…"오라클 역량 의문"


이러한 회의론은 업계 거인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은 오픈AI 측에 "오라클이 챗GPT용으로 약속한 수 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 센터 용량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약상 오픈AI의 모든 서버 수요를 충족시킬 권리가 있음에도 오라클의 진입을 허용한 것은, AI 서버 수요 냉각에 돈을 걸었거나 오라클과 같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라클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만 해도 업계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던 오라클의 연례 클라우드 콘퍼런스는, 올해 전례 없는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낙관하는 수익과 이익 마진 전망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오라클이 공유한 이 수치들은, 지난 5분기 동안의 실제 AI 클라우드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엔비디아 칩을 임대해 얻는 마진과 오라클 같은 AI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치 사이에는 15~20%포인트라는 넓은 격차가 존재한다.

AI 데이터 센터 시장은 폭발하는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나 엄청난 자본, 전력 및 인프라 요구에 따른 위험 역시 커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지 그리고 투자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투기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오픈AI와 주요 파트너들은 혁신 금융 모델과 다양한 협력으로 난제를 극복하고자 하나, 전력 인프라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효율적인 비용 관리가 핵심 과제다.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산업 변화는 앞으로도 세계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급망의 경쟁 구도, 에너지 정책 등과 맞물려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