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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재선 1년, ‘관세·달러·비트코인’에 흔들린 글로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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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재선 1년, ‘관세·달러·비트코인’에 흔들린 글로벌 시장

주가·금·가상화폐 동반 급등…美 무역적자 21년 만에 최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정책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정책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지 1년이 지났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례 없는 정책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요동쳤고 주식·금·가상화폐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각) 분석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직후 달러와 주가, 비트코인은 일제히 급등했다. 당시 시장은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 부양 기대를 반영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연이어 무역정책을 수정하고 외교 질서를 뒤흔들면서 달러 가치는 순수익 기준 4% 하락했다.

◇ 달러 약세·금·비트코인 급등

로이터는 “달러가 트럼프식 예측불가 행보에 대한 글로벌 반응을 가장 명확히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돌연 태도를 바꾸는 특유의 협상 방식을 보여 왔고 투자자들은 이같은 ‘트럼프식 변덕’을 겨냥한 ‘TACO 트레이드(Trump Always Chickens Out)’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가상화폐 정책에 힘입어 지난달 기준 사상 최고가인 12만5835달러(약 1억7960만 원)를 기록했다. 금 가격도 지정학적 긴장과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온스당 4381달러(약 625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피오트르 마티스 인터치캐피털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불안이 커질 때 달러는 여전히 ‘가장 깨끗한 더러운 셔츠’로 여겨진다”며 “달러 수요는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깨끗한 더러운 셔츠라는 표현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비유적 관용구로, 특히 달러의 상대적 강세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된다.

◇ AI 열풍에 증시 ‘역대 최고치’


전 세계 주식시장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 정책은 첫 충격으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를 10% 급락시켰지만 이후 20% 반등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MSCI 세계지수는 전 세계 선진국 23개국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주와 중형주 약 1500여 개 종목을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구성한 지수다.

S&P 500 지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17%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 ‘자체 안보비용 확대’를 압박하면서 방산주가 유럽 증시 상승을 주도했고 아시아에서는 기술주와 엔 약세가 맞물리며 일본·한국·중국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 채권금리 상승·재정적자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인 ‘빅 뷰티풀 빌’이 지난 7월 통과되면서 향후 10년간 미 연방 재정적자가 3조8000억 달러(약 5424조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년 대비 0.14%P 오른 4.66%로 상승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는 0.85%P 급등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프랑스와 독일도 각각 0.62%P, 0.59%P 상승했다.

◇ 무역적자 21년 만에 최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교역에서 수탈당하고 있다”며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했다.

그의 대중(對中)·대EU 관세는 수출입 비용을 끌어올렸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에는 효과를 보였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602억 달러(약 86조 원)로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대중 무역적자는 5개월 새 70% 감소해 2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스위스크보트의 이펙 외즈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무역전쟁은 중국보다 EU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중국은 대체 공급망을 갖춘 반면 유럽은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