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조 달러 재정적자·이자만 9700억 달러…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세계 경제 '긴장'
이미지 확대보기2026년부터 장기채 발행 본격 확대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2년 이상 만기 국채의 발행 규모 증가를 예비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구조적 수요 추세를 평가하고 다양한 발행 구조의 잠재적 비용과 위험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말하는 '2년 이상 만기 국채'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국채는 6개월마다 정해진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데, 이를 이표채 또는 쿠폰채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채권 증서 아래에 쿠폰이 붙어 있어서 이를 잘라 제출하면 이자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변동금리채권은 시장 금리 변화에 따라 이자율이 조정되는 채권이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증액 시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최선의 지침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부터 발행 규모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회에는 골드만삭스, 뱅가드 등 월가 주요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무부는 당분간 현 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은 현재 발행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 국채인 재정증권 발행량은 법인세 징수 전망을 고려해 12월에 소폭 축소되고 1월에 다시 증가할 예정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정부의 차입 수요에 따른 계절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부채는 지난 9월 기준 37조6000억 달러(약 5경4377조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정부가 지급한 이자만 9700억 달러(약 1402조 원)로, 가구당 연간 약 7300달러(약 1055만 원)를 부담한 셈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 이자 부담이 더 커져 재정 악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재무부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장기채 발행 증가를 공식화한 것은 이 같은 재정 압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 공급 증가 신호에 금리 급등
이날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매도세가 확대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039%포인트 상승한 4.128%를 기록했다. 20년 이상 만기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는 0.6% 하락했다. 장 마감 무렵에는 이 ETF가 1.1% 급락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163%까지 올랐다.
RBC캐피털마켓의 블레이크 그윈 금리 전략가는 "이표채 발행 규모가 영원히 동결되지 않을 것이며 단기적 축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상기시킨 추가 지침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이 상승하는데, 미국 재무부 부채의 약 4분의 3이 장기 채권으로 구성돼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연준 금리인하 지연·트럼프 관세 소송이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4.25~4.5%로 낮췄지만, 2025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속도를 줄여서라도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은 미국 국채 금리를 높은 수준에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다. 연방대법원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적법성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1, 2심은 대통령이 이 법으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유지할 경우 관세 수입이 줄어들고, 이미 징수한 관세를 기업들에 환급해야 할 수도 있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앞서 "관세 수입이 줄어들 경우 차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대법원이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현재 16.3%인 미국의 유효 관세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민간부문 고용 증가와 서비스업 지표 호조도 채권 매도세를 부채질했다. 경기가 강세를 보이면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한국 포함 세계 경제에 파장 불가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각종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돼 미국 가계와 기업의 금융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의 장기 국채 금리도 연동되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에 자금 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미국 국채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자 한국 코스피 지수가 약 1% 하락했으며, 외국인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큰 타격을 받았다.
또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 금리도 자연스럽게 인상돼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3.0%로 유지하고 있어 미국(4.25~4.5%)과 1.5%포인트 금리차가 발생한 상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