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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구글보다 한 세대 앞서"…메타 '변심설'에 초강수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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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구글보다 한 세대 앞서"…메타 '변심설'에 초강수 뒀다

주가 3% 출렁이자 긴급 진화…"GPU가 모든 AI 돌리는 유일 플랫폼" 자신감"
ASIC은 특정 기능만 수행"…'범용성·자산가치' 앞세워 기술 격차 강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엔비디아가 자사의 AI 반도체 리더십을 의심하는 시장의 시선에 대해 이례적으로 즉각적이고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핵심 고객사인 메타(Meta)가 경쟁자인 구글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엔비디아 기술은 구글보다 한 세대(generation) 앞서 있다"며 '기술 초격차'를 근거로 시장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5일(현지 시각) 미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모든 AI 모델을 실행하고, 컴퓨팅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메타의 '배신'…흔들리는 독점


엔비디아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굳건했던 'AI 동맹'의 균열 조짐이 있다. 이날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핵심 큰손인 메타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구글의 자체 칩인 'TPU(텐서 처리 장치)' 사용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즉각 3%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고객사들이 엔비디아의 높은 칩 가격과 공급 부족에 지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세워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왔으나, 최근 기류가 심상치 않다. 구글의 내부 칩(TPU)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달 초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Gemini 3)'를 공개했는데, 이 모델이 엔비디아 GPU가 아닌 자사 TPU로 학습되었다는 점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엔비디아 없이도 최첨단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구글이 실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ASIC은 한계 뚜렷"…승부수는 '범용성'


엔비디아의 반박 논리는 명확하다. 바로 '범용성'과 '자산 가치'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자사의 GPU가 구글 TPU와 같은 주문형 반도체(ASIC)보다 유연성과 성능 면에서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 측은 "엔비디아는 ASIC보다 더 뛰어난 성능, 다용도성(versatility), 그리고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대체 가능성'은 데이터센터 운영 관점에서 치명적인 차별화 포인트다. 구글의 TPU 같은 ASIC 칩은 특정 기능이나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설계된다. 반면 엔비디아의 GPU는 현재 존재하는 모든 AI 모델뿐만 아니라,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알고리즘까지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

수조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 입장에서, 특정 목적에만 쓸 수 있는 칩(ASIC)보다는 상황에 따라 용도를 바꿀 수 있는 GPU가 훨씬 안전한 투자처라는 점을 엔비디아가 파고든 것이다.

젠슨 황 "스케일링 법칙 건재"…적과의 동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도 줄이기'와 엔비디아의 '시장 수성' 사이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구글 대변인은 "맞춤형 TPU와 엔비디아 GPU 모두에 대한 수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두 가지 칩을 모두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공식화했다. 구글이 자체 칩 생태계를 확장하면서도 당장 엔비디아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구글의 성공을 축하하며 "계속해서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의 개인적인 연락 내용을 공개하며 기술적 유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황 CEO에 따르면 허사비스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 "더 많은 칩과 데이터를 투입할수록 AI 성능이 좋아진다"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이는 엔비디아에게 강력한 호재다. 스케일링 법칙이 깨지지 않는 한,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칩 개발과 별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천문학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이번 성명은 "우리가 비싸더라도, 결국 우리를 쓸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흔들리는 투자 심리를 다잡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