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해제 국방부 평가서 F-35 압도적 우위… 사브, '현지생산·경제효과'로 막판 뒤집기 시도
트럼프 리스크에 '안보 동맹' vs '방산 주권' 충돌… 카니 정부 '고차방정식' 직면
트럼프 리스크에 '안보 동맹' vs '방산 주권' 충돌… 카니 정부 '고차방정식'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기밀 해제된 캐나다 국방부 평가서에서 F-35A가 95점을 기록하며 33점에 그친 그리펜 E를 성능 면에서 압도
스웨덴 사브(Saab)는 이에 맞서 '캐나다 현지 생산'과 '1만3000개 일자리'라는 파격적인 경제·산업 협력 카드를 제시
마크 카니 총리 정부는 '안보 동맹(미국)'과 '경제적 실리(스웨덴)'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남을 것인지, 독자적인 방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를 묻는 국가전략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95 대 33'… 숫자로 드러난 F-35의 기술 패권
이날 공개된 2021년 국방부 평가 보고서는 두 기종 간의 성능 격차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총 60점 만점의 군사 역량 평가에서 F-35A는 57.1점(약 95%)을 획득해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반면 경쟁 기종인 사브의 그리펜 E는 19.8점(약 33%)에 그쳤다.
평가단은 임무 수행 능력,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 기술적 지속 가능성 등 5개 항목 모두에서 F-35가 그리펜을 앞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텔스 기능과 센서 융합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임무 수행 분야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유출 자료가 "F-35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승리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와 나토(NATO)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캐나다 입장에서 F-35의 네트워크전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브의 역공 "비행기가 아닌 산업을 팝니다“
기술적 열세를 확인한 스웨덴 사브 측은 '경제와 주권'을 앞세운 전방위적 반격에 나섰다. 사브는 캐나다 정부에 그리펜 전투기의 단순 판매가 아닌, 항공우주 산업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핵심은 '일자리'다. 사브 경영진은 캐나다 연방 정부와 봄바디어(Bombardier) 등 현지 기업과 협력해 그리펜 전투기를 캐나다 현지에서 면허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첨단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글로벌아이(GlobalEye)' 생산 라인까지 캐나다에 구축하겠다는 카드를 더했다. 사브 측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엔지니어링, 제조, 유지보수 분야에서 약 1만3000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캐나다가 우크라이나 등 제3국 수출을 위한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캐나다를 방문한 칼 16세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과 에바 부시 부총리의 지원 사격과 맞물려 정치적 파괴력을 키우고 있다. 부시 부총리는 "격동의 시기에는 친구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도 탈피를 우회적으로 호소했다.
트럼프 리스크와 '방산 주권'의 충돌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무역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캐나다 내에서는 핵심 국방 자산까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대한 경계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존 맥케이 전 자유당 의원은 힐타임스 기고를 통해 "차기 전투기 선정에서 군사적 계산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산 무기에 종속될 경우 예비 부품 수급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에 휘둘릴 수 있다는 '주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측 압박도 거세다. 데이비드 코언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F-35 프로그램을 "놀라운 성공"이라 치켜세우며, 계약 파기 시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캐나다의 방위 산업이 북미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풀이된다.
마크 카니 총리의 '고차방정식'… 제3의 길은 없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88대의 F-35 도입을 강행하자니 1만 개가 넘는 자국 일자리와 산업 주권을 포기해야 하고, 그리펜으로 선회하자니 성능 저하와 미국과의 동맹 균열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국방 검토 보고서는 "두 기종을 섞어서 운용하는 것은 훈련과 군수 지원 비용을 폭등시킬 것"이라며 혼합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브 앤 메일 등 현지 언론에서는 "당장은 F-35를 도입해 전력 공백을 막고, 2040년대 이후 차세대 전투기는 유럽과 공동 개발해 의존도를 낮추자"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군사 전문가는 "11월 30일 유출된 보고서로 성능 논란은 종결됐지만, 경제와 외교라는 더 복잡한 변수가 남았다"면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전투기 구매가 아니라 캐나다가 지향하는 미래 산업과 안보 전략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