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 최첨단 '18A 공정' PDK 수령 후 테스트 돌입…2027년 2분기 양산 가능성
TSMC 의존도 낮추기 위한 '공급망 이원화' 전략…美 애리조나 팹 활용한 '메이드 인 USA' 반도체 시동
TSMC 의존도 낮추기 위한 '공급망 이원화' 전략…美 애리조나 팹 활용한 '메이드 인 USA' 반도체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2023년 말, 자체 칩(Apple Silicon) 전환을 이유로 인텔과 결별했던 애플이 4년 만에 다시 인텔의 손을 잡을 조짐이 포착됐다. 이번엔 CPU 구매자가 아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으로서다. 애플이 인텔의 차세대 공정인 '18A(1.8나노급)'를 통해 보급형 M시리즈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TSMC 독점 체제였던 애플의 공급망 전략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자, 파운드리 재건을 노리는 립부탄 인텔 CEO의 승부수가 통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애플, 인텔 18A 공정 '간보기' 끝내고 실무 착수
IT전문 매체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와 저명한 반도체 분석가 궈밍치의 리포트를 종합하면, 애플은 이미 인텔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인텔 파운드리의 핵심인 '18AP' 공정의 프로세스 설계 키트(PDK) 0.9.1GA 버전을 수령했다.
PDK는 팹리스(설계) 기업이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세트로, 이를 받아갔다는 것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설계 및 시뮬레이션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궈밍치는 "애플의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가 예상치에 근접하게 나오고 있다"며 "애플이 2026년 1분기로 예정된 정식 버전인 PDK 1.0 및 1.1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타깃은 '맥북 에어'용 보급형 M칩…TSMC와 '투트랙' 전략
애플이 인텔 18A 공정에 맡기려는 제품은 아이폰용 'A시리즈'나 고성능 'M 프로/맥스' 라인업이 아니다. 맥북 에어(MacBook Air)와 아이패드 프로(iPad Pro) 등에 탑재되는 엔트리급(기본형) M시리즈 SoC(시스템온칩)가 유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의 연간 출하량은 2025년 기준 약 2000만 대 수준이다. 궈밍치는 애플이 향후 아이폰급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저가형 맥북 라인업을 도입함에 따라, 2026년과 2027년 해당 등급의 칩 출하량이 연간 1500만~2000만 대 사이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규 파운드리 고객사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지만, 현재 TSMC가 독식하고 있는 애플의 전체 물량을 감안하면 TSMC의 매출 구조나 선도적 지위를 흔들 만큼 치명적인 규모는 아니다. 즉, 애플은 최상위 제품군은 검증된 TSMC에 맡기되,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보급형 칩을 인텔에 할당함으로써 공급망의 안정성을 꾀하는 '철저한 실리'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 셧다운' 학습효과…미 정부 입김도 작용했나
첫째, 공급망 다변화(Redundancy)다. 애플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으며 특정 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뼈저리게 학습했다.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칩은 TSMC에 남겨두더라도,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칩을 '제2 공급처(Second Source)'로 분산시키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인 선택이다.
둘째, 인텔 18A 공정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인텔의 파운드리 로드맵은 불투명했다. 인텔 스스로도 투자자들에게 초기 18A 수율이 낮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의 설계 팀이 인텔의 프리-릴리즈(Pre-release) PDK를 가지고 직접 작업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텔의 공정 기술이 외부 고객사가 검토할 만한 수준으로 성숙했음을 방증한다.
셋째, 워싱턴(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 생산' 압박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을 통해 첨단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인텔의 애리조나 팹은 이러한 정책의 핵심 기지다. 애플이 인텔 18A 공정을 활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애리조나 팹이 생산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2026년 상반기가 '데드라인'…인텔의 실행력이 관건
물론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반도체 업계의 불변의 진리는 "테이프 아웃(Tape-out·설계 완료 후 생산 공장으로 넘기는 단계)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의 내부 검토가 순조롭다고는 하나, 실제 계약 성사 여부는 인텔이 2026년 상반기까지 완전한 PDK 툴체인(Tool Chain)과 공정 검증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텔이 애플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수율과 성능 지표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2027년 양산 계획은 언제든 백지화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인텔이 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애플이라는 대어를 낚는 데 성공한다면, 인텔은 단숨에 TSMC를 위협하는 유의미한 파운드리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2027년, 인텔의 심장을 단 맥북이 다시 등장할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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