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비트코인 12만 달러 붕괴는 '기획된 폭락'… 11월 ETF 40억 달러 썰물

글로벌이코노믹

비트코인 12만 달러 붕괴는 '기획된 폭락'… 11월 ETF 40억 달러 썰물

월가의 구식 사기 '펌프 앤 덤프'의 재현… '핀플루언서'와 레버리지가 만든 거품
BIS·IMF "가상자산은 복권과 같아"… 빗나간 25만 달러 장밋빛 전망에 개미만 '쪽박'
비트코인 가격이 30% 이상 폭락한 사태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과대광고(Hype)'와 레버리지 청산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 가격이 30% 이상 폭락한 사태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과대광고(Hype)'와 레버리지 청산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17600만 원) 선에서 8만 달러(11700만 원) 초반까지 30% 이상 폭락한 사태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과대광고(Hype)'와 레버리지 청산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켓워치(MarketWatch)9(현지시간) '비트코인 11월 폭락은 우연이 아니었다며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붕괴가 월가의 가장 오래된 사기 수법인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가격 띄우기 후 팔아치우기)'의 현대판 변종이라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번 폭락장이 거시경제(매크로) 환경 변화 탓이 아니라,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운 뒤 개인 투자자에게 물량을 넘기고 빠져나간 세력과 이를 부추긴 소셜미디어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개미 울린 과대광고 기계"… 기획된 각본대로 움직인 시장


마켓워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를 웃돌다 8만 달러대로 30% 이상 급락한 현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젊고 인터넷에 익숙한 남성 투자자 수만 명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이들을 기다린 건 막대한 손실과 마진콜(증거금 부족에 따른 강제 청산)뿐이었다.

이 매체는 심야 라이브 방송과 트위터(X), 디스코드 등 소셜미디어가 끊임없이 '가격 급등' 서사를 주입했다고 꼬집었다. 소위 '크립토 형제(Crypto bros)'들은 다음번 급등을 알리는 트윗만을 기다리며 희망을 걸었지만, 지난달 폭락장은 이러한 '멍청한 돈(Dumb money)'을 시장에서 쓸어버렸다.

실제로 시장 데이터는 투자자들의 이탈을 증명한다. 지난달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약 35억 달러에서 40억 달러(57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표다.

빗나간 장밋빛 전망… "연말 25만 달러" 외치던 전문가들


이번 폭락 과정에서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의 무책임한 가격 전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비트맥스(BitMEX) 공동창업자는 지난달 폭락장 속에서도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20만 달러(29400만 원)에서 25만 달러(36700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측 역시 "올해 말 15만 달러(22000만 원) 돌파"를 예견했고,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는 지난 8"연말 18만 달러(26400만 원) 목표"를 제시했다.
마켓워치는 이러한 낙관론이 시장 심리를 조작하고 자금 유입을 유도하여, 내부자들이 뉴스를 이용해 매도(Sell the news)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소위 '핀플루언서(Finfluencer·금융 인플루언서)'들이 조직적인 캠페인을 통해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하면, 그 틈을 타 내부자들은 빠져나가고 개인 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 조작을 위한 결정적 증거(Smoking gun)는 필요 없다""레버리지와 그럴듯한 서사(Narrative)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매입?… 마케팅 문구일 뿐"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비트코인이 달러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헤지(Hedge) 수단이며, 조만간 각국 중앙은행이 금과 함께 비트코인을 보유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암호화폐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커 준비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중앙은행은 올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매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체코 중앙은행 총재가 소규모 보유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지난달 시장 상황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금융 시장의 자금 경색과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자 비트코인은 가격 방어는커녕 '고위험 자산(High-beta risk asset)'처럼 폭락했다. 심지어 암호화폐 친화적인 분석가들조차 이번 하락을 두고 "위험 회피와 단기 투자자들의 항복(Capitulation)"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투자자들도 주목해야 할 경고음


이번 마켓워치의 경고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운 한국 시장에 큰 경고가 된다. 한국 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를 고려할 때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소셜미디어발 정보를 경계해야 한다. 온라인상의 가격 급등 전망은 누군가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호구'를 모집하는 마케팅일 가능성이 크다. 마켓워치는 "소셜미디어에서 실사를 끝낸다면, 당신은 상대방이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째, '헤지 수단'이라는 맹신을 버려야 한다. 경제 위기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자산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지난달 폭락장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비트코인은 철저히 유동성과 심리에 반응하는 위험자산이다.

셋째, 자산 배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 매체는 비트코인 투자를 "미 국채(Treasury bill)가 아닌 복권(Lottery ticket)을 사는 것과 같이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의 폭락은 시장이 건전해지는 '조정'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와 허황된 서사가 무너져 내린 결과임을 직시해야 한다. 다가올지 모르는 다음번 '상승장'에서도 11월의 교훈을 잊지 않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