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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병목 못 견뎌 '외주 폭탄'…CoWoS 패키징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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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병목 못 견뎌 '외주 폭탄'…CoWoS 패키징 대전환

CoWoS 물량 ASE·SPIL 싹쓸이…대만 OSAT만 배불리는 TSMC
인텔 견제 위해 외주 '총력전'…후공정이 AI 패권 가른다
TSMC의 CoWoS(Chip-on-Wafer-on-Substrate)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이 AI 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폭주로 TSMC 내부 생산 라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TSMC가 대만 현지 OSAT 업체에 물량을 위탁하는 전략적 외주를 시작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TSMC의 CoWoS(Chip-on-Wafer-on-Substrate)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이 AI 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폭주로 TSMC 내부 생산 라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TSMC가 대만 현지 OSAT 업체에 물량을 위탁하는 전략적 외주를 시작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이 현재 '완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AI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공급 우려를 낳고 있지만, TSMC는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oWoS, AI 칩의 '성배'


첨단 패키징은 여러 칩렛(Chiplets)을 결합해 AI 칩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 '성배(Holy Grail)'와 같은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TSMC의 CoWoS와 같은 솔루션은 엔비디아, AMD, 구글, 애플, 미디어텍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최고 수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더 이상 자체적으로 모든 패키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TSMC는 주문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기로 결정하는 대대적인 전략 변화를 단행했다. 대만의 ASE 테크놀로지와 SPIL(Siliconware Precision Industries)과 같은 OSAT(외주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기업들이 TSMC에서 넘어오는 '스필오버(spillover, 파급)' 물량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증설과 'OSAT 동맹' 구축

TSMC는 대만과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개발하며 CoWoS 생산 라인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사들의 긴급한 수요를 감안할 때, 대만 거대 기업인 TSMC가 외주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전략적 행보의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ASE 테크놀로지와 같은 기업들은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 시설 확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TSMC가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더 나아가 인텔과 같은 경쟁사들이 패키징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택한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

TSMC 외주, 인텔 겨냥한 포석


첨단 패키징은 이제 첨단 공정(Cutting-edge processes)만큼이나 거대 기술 기업들에게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엔비디아, AMD, 애플이 CoWoS-L과 CoWoS-S의 최대 고객인 상황에서, 구글, 퀄컴, 미디어텍 등도 지속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텔이 최근 이 분야의 떠오르는 경쟁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TSMC가 외주를 확대함에 따라, 이 회사는 더 넓은 범위의 생산 라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고객 주문을 둘러싼 경쟁을 회피하고 자사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컴퓨팅 세계에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 하나의 기업만이 전체 산업의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첨단 패키징 공급망이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Editor’s Note]


'AI 칩 부족의 근본 원인은 웨이퍼가 아니라 CoWoS'라는 분석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TSMC가 자사 기술인 CoWoS 물량마저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AI 반도체 시장의 수요 폭발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방증합니다. 이번 외주 전략은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동시에, 대만 OSAT 생태계를 TSMC 표준 아래 편입시켜 인텔 등 경쟁사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고차원적인 전략으로 봐야 합니다. 후공정이 반도체 패권의 핵심 승부처로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관련 공급망의 역학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중요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