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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집값 잡는 주택정책의 결말은 풍선효과? 버블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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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집값 잡는 주택정책의 결말은 풍선효과? 버블붕괴?

이재명 정부는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6·27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다. 사진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정부는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6·27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다. 사진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치솟는다는 이른바 ‘진보정권 집값 트라우마’가 이재명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첫 달도 지나지 않아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6·27대책’을 내놓았다. 최대 6억 원 대출 규제라는 초강력 대책이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공급 확대를 내용으로 한 ‘9·7대책’, 토지거래허가제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10·15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경험했던 대책이 집값의 방아쇠를 당기는 ‘규제의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규제 만능주의 포문 연 대출 규제 정책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정책인 ‘6·27대책’은 6억 원 이상의 대출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이다. 5억9990만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사면 권리를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고, 8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응징받아 마땅한 투기꾼인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반시장적 대출 규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도 대출 규제를 통해 집값을 규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정 금액을 정해서 대출을 규제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 중국을 포함해도 찾기가 어렵다.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 자신의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은 시민의 권리, 시장경제의 근본이다. 시민의 권리를 제한할 때는 그만한 명분과 절차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주택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부동산대책’을 도입한 바 있다. 헌법 소원이 제기됐고 당시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간신히 위헌을 피했다. 당시 대책에도 2020년, 2021년에 집값 대폭등이 발생했다.

◇ 10·15대책은 아파트 거래 허가제

‘10·15 대책’ 규제 만능주의의 끝판왕이다. 이재명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빙자한 아파트 거래허가제를 서울과 경기도 12곳에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전세를 낀 아파트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개인의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가능성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당초 입법 취지가 투기 등을 막기 위해 한정된 지역 토지에 대해 적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는 아파트가 토지 위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아파트 거래에, 서울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비강남권 주민 입장에서는 날벼락 정책이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로 둔갑한 것이다.

◇ 한국과 중국만 고집하는 집값 잡는 주택정책


우리 사회는 집값이 급등하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 것을 의무처럼 여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집값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거나 무능한 것처럼 비판한다.

그러나 집값 상승기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우리가 알 만한 나라들 중에 집값이 급등한다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주택가격은 공급, 인구구조, 소득, 금리, 대출 조건, 경기 상황, 주가, 수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21세기 들어 상품과 자본의 교류, 금리의 글로벌화로 인해 글로벌 집값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집값이 올라 아우성이 터질 때 파리·런던·뉴욕·시드니·베이징 역시 똑같은 비명이 울린다.

한국과 중국 외에는 정부가 집값 잡겠다는 정책을 꺼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오랜 기간 시장경제를 경험한 나라들은 집값이 통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축 규제 완화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 “서민들이 쉽게 주택을 살 수 있는 대출제도를 만들겠다”는 정도의 공약이 나온다.

주택시장의 과열이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침체기 사업성이 없어 방치됐던 이른바 ‘한계 토지’는 집값 급등기에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져 주택 공급을 늘린다. 침체기에 줄어들었던 주택 공급이 주택시장 과열기에 늘어나면서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 집값이 하락한다.

◇ 일본과 중국의 교훈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관료들이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잡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단기간에 집값을 잡는 ‘비밀 병기’는 대출 규제다.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을 대출 규제를 통해 100% 틀어막는다면 주택시장은 하락이 아니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유세 폭탄을 던지면 집값을 붕괴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극단적 정책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정책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성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 정치·사회문제가 됐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고, 정부는 대출 총량제를 도입했다. 보유세도 대폭 늘어났다. 지역에 따라 5~10배 보유세가 높아진 경우도 있다. 강력한 대책을 한꺼번에 쓰면서 부풀어 오른 버블은 붕괴됐다.

그 부작용으로 20년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고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졌다. 중국은 2021년 집값을 잡겠다고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부도, 집값 하락이 발생하면서 중국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 중국 정부는 규제책을 쓴 지 1년도 되지 않아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전환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6·27 대출 규제가 오히려 풍선효과를 일으켜 10억 원 이하 주택가격을 급등시켰고, 강남권 고가주택도 계속 올랐다. 10·15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이재명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극단의 규제’로 집값을 폭락시킬 수는 있어도 통제할 수는 없다. 집값 폭락은 서민들이 환호할 것 같지만,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무너진 것은 버블 형성기가 아니라 버블 붕괴기였다.

차학봉<땅집고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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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땅집고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