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면서 어린이 보호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BBC가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우릴 못 믿는다는 뜻”…소외감 느끼는 청소년들
BBC에 따르면 이 법의 시행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 중 한 명은 퀸즈랜드 외곽 맥스웰턴에 사는 15세의 브리아나 이스턴이다. 그는 소를 몰기 위해 타는 사륜차에 인터넷 신호 증폭기를 설치해 스냅챗으로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불가능해졌다.
브리아나는 “SNS를 빼앗는 건 우리끼리 소통할 수단을 없애는 것”이라며 “문자를 보낼 수는 있지만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스냅을 주고받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시드니에 사는 14세 자신타 히키는 “우릴 감당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모욕적”이라며 “옳고 그름을 구분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학교 교장은 “아이들의 순수함은 가능한 오래 지켜져야 한다”며 금지를 지지했다.
◇ 금지 도입 배경은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이번 법을 추진한 인물은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주지사로 그의 아내가 미국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를 읽은 후 조치를 촉구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 책은 스마트폰이 아동기를 어떻게 ‘재구성’했는지를 다루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몇 달 만인 11월 말 연방 법률로 통과됐다. 현재 호주 고등법원에는 두 청소년이 낸 위헌 소송이 계류 중이며 미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고한 상태다.
◇ 소수자·자폐아동 “금지로 더 고립될 수도”
성소수자 청소년 지원 단체 ‘마이너스18’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6%는 “SNS가 친구 및 지지체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82%는 “금지되면 단절감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즈번의 13세 소녀 세이디 앵거스는 인스타그램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정이 삭제됐으며 “현실보다 온라인에서 더 솔직해질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 캐스 앵거스는 “딸은 SNS를 통해 퀴어 커뮤니티에서 건강한 롤모델을 보고 성장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폐 아동을 위한 비영리단체 리프레이밍 오티즘의 셰런 프레이저 대표도 “자폐인에게 온라인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핵심 공간”이라며 “오히려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우리는 SNS 시대의 실험 대상이었다”
금지 조치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약 4년 전 15세 딸 틸리를 자살로 잃은 엠마 메이슨은 소셜미디어가 사건의 도화선이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시작된 따돌림은 메시지 앱과 틱톡,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갔고 가짜 이미지가 유포되자 틸리는 감당하지 못했다. 메이슨은 “아이들이 통제할 수 없는 즉각적인 해악에 노출됐고 우리 아이들은 실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함께 법 제정을 지지해 왔으며 “이미 SNS에 노출된 청소년은 막기 어렵겠지만 이제 막 자라나는 13세 이하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SNS를 접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과제는 기술 검증·소송·실효성
법 시행의 구체적 이행은 기술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연령 확인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기술 기업과의 법적 갈등, 고등법원의 위헌 여부 판단 등 복잡한 논의가 예상된다.
그러나 말리나우스카스 주지사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 앞에서 다른 고려는 2차적”이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