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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이 고환율 야기' 비판 이어지자… 한은 이례적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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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이 고환율 야기' 비판 이어지자… 한은 이례적 반박

"ETF 자금 유입 늘어 M2 증가" 주장
10월 시중 통화량 41조 풀려…4470조 돌파
유동성 과공급 정면 반박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슷한 수준"
한은, 내년부터 ETF 등 수익증권 M2서 제외
M2 약 500조원 축소 전망…'고무줄 잣대' 논란도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16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16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과도한 금리 인하가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고환율과 집값 상승을 야기했다는 주장에 한국은행이 정면 반박했다.

한은은 최근 시중 통화량(M2) 증가세가 가팔리진 것은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국내주식을 큰 폭 순매도했고 해당 자금 일부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유입된 탓"이라면서 내년부터 M2 통계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통화지표 개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금융통계 개정 매뉴얼을 따랐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지만 유동성 책임론이 불거진 이후 통계 기준을 개편한다는 점에서 '고무줄 잣대' 논란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16일 발표한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M2는 전월대비 41조1000억원(0.9%) 증가한 44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률은 전월(0.7%)보다 다 소폭 확대됐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 역시 8.7%로 9월(8.5%) 보다 높아졌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9.0%)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M2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지표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하는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세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또한 증가세의 배경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실시한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미국 보다 통화량이 과도하게 풀려서 고환율이 야기했다는 주장에는 미국의 M2에는 수익증권 등이 제외돼 우리나라보다 포괄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은은 이날 블로그에 게재한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보고서에서 최근 유동성 증가는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응해 실시한 2024년 10월 이후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민간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최근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국외로부터 유동성 유입이 늘어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발행도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의 유동성 증가세가 과거의 금리 인하기와 비교할 때 크지는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한 증가 속도는 평균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의 금리 인하기와 비교해 보면, 이번 금리 인하기 누적 M2 증가율은 8.7%로 2012년(5.9%)보다는 큰 편이나 2014년(10.5%)과 2019년(10.8%)에 비해서는 상당폭 낮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다 통화량이 과도하게 풀렸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년동기 대비 M2 증가율은 단지 지난 1년간의 유동성 증가속도를 의미하는 만큼 긴 시계에서 양국이 처한 금융·경제 상황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면서 "미국의 M2에는 수익증권 등이 제외되어 우리나라보다 포괄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조정해 보면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M2 증가세는 미국과 대체로 유사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M2 증가세는 ETF 등 수익증권이 견인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어떠한 통화 지표에도 포함되지 않는 국내 주식을 큰 폭 순매도했는데, 해당 자금 중 일부가 ETF 등 수익증권으로 유입되면서 M2 증가세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9월 M2 증가분(8.5%)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1%에 달했고 10월 M2 증가분(8.7%)을 항목별로 보면 수익증권이 한 달 새 31조5000억원 늘면서 2년 미만 정기예적금(+9조4000억원) 보다 증가 폭이 컸다.

이에 한은은 수익증권이 통화량 통계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해 수익증권을 제외한 M2와 기존 M2를 병행해 공표할 방침이다. 개편된 M2는 497조원 규모의 수익증권이 제외되는 만큼 현행 M2를 상당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 기준을 적용할 경우 10월 전년동월 대비 M2 증가율은 현행 8.7%에서 5%대로 하락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