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수익성 7년 만에 TSMC 역전, 한국 반도체 100조 원 영업이익 시대 개막
삼성·SK하이닉스 HBM4 내년 2월 양산으로 새로운 시대 전환 주도
삼성·SK하이닉스 HBM4 내년 2월 양산으로 새로운 시대 전환 주도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가 30일(현지시각) 보도한 연말 결산 기사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은 첨단 2나노(㎚) 공정 경쟁 본격화, AI 수요로 인한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전환,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가속화, 대만 서버 제조업체의 급부상 등 네 가지 핵심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에 기술 리더십, 공급망 안보, 시장 접근성이 불가분의 관계로 얽히는 새로운 반도체 질서의 도래를 예고한다.
2나노 경쟁, 로드맵에서 양산 현실로
올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야심찬 기술 로드맵을 넘어 실제 양산 역량을 입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수율 50~60%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며 기술적 진전을 보였다. 외부 주문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테슬라와 같은 거물급 고객사를 확보함으로써 양산 역량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 구조 양산에 성공한 경험을 2나노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67%를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일본 구마모토 제2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당초 6나노 자동차 칩 생산을 위해 설계됐던 해당 공장은 4나노 기술과 첨단 패키징으로의 전환이 검토되면서 건설 활동이 둔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기차 시장 냉각과 AI 하드웨어 수요 급증에 따른 전략적 재조정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18A 공정의 대량 생산을 준비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나섰고, 일본 스타트업 래피더스는 2나노 시험 생산을 시작하며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아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15% 성장하며, 첨단 노드 용량은 해마다 12%씩 확대될 전망이다.
AI발 메모리 대란, 7년 만에 TSMC 수익성 역전
AI 수요 폭발이 메모리 시장의 전통적인 호황·불황 주기를 끝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족과 사상 최저 재고 수준으로 일부 부문에서 가격이 연중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예상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63%, 67%에 육박해 TSMC의 58~6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파운드리보다 수익성에서 앞서는 7년 만의 역전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 당초 중반으로 예정됐던 일정을 3~4개월 앞당긴 공격적 행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공장과 청주 M15X 팹을,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를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 HBM4는 데이터 전송 통로를 기존 1024개에서 2048개로 늘려 대역폭을 초당 2테라바이트(TB/s)까지 끌어올렸고, 전력 효율도 40% 이상 개선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내년 480억~500억 달러(약 69조~72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고가 메모리 집중 현상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노트북체크 등 외신은 PC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 감소로 가격이 치솟아 노트북 가격이 3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버용 DDR5 D램의 기가바이트(GB)당 가격은 약 13달러까지 상승해 HBM3E의 13~16달러와 격차가 크게 줄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장비 국산화 45% 달성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낸드(NAND) 메모리 1위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장비 국산화율은 45%에 달한다. YMTC는 올해 말 100% 중국산 장비로 구축된 첫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 시험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해당 라인이 안정화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HBM3 개발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재개했다. 안후이성 허페이 공장에 양산 라인을 구축해 AI 메모리 시장 진입을 노린다. YMTC는 지난 9월 등록 자본금 207억 위안(약 4조 280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D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국 IC 설계 부문 매출은 올해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기업 수는 3900개에 육박한다.
다만 첨단 공정, 장비 성숙도, 고급 시장 접근성의 격차는 여전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능력과 기술 정밀도가 한국 기업에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HBM은 구형 모델에 머물러 있고, 적층 D램 기술도 한국 기업이 2~3년 전 양산한 수준에 그친다.
대만 서버 제조업체, AI 서버 시장 90% 장악
대만 전자제조서비스(EMS) 업체들이 AI 서버 특수를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폭스콘, 퀀타, 위스트론 등 대만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상위 20개 EMS 업체 전체 매출의 70.2%를 차지했다. 대만 시장정보컨설팅연구소의 크리스 웨이 컨설턴트는 대만이 전 세계 서버 출하량의 약 80%, AI 서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관세 위협은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폭스콘, 퀀타클라우드테크놀로지, 위스트론, 위윈 등 주요 업체들이 북미 지역 공장 건설에 나섰다. 폭스콘은 지난 4년간 멕시코에 약 6억 9000만 달러(약 9900억 원)를 투자했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1억 4200만 달러(약 2050억 원) 규모의 AI 서버 공장부지를 매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대만 AI 서버 부문의 해외 투자 신고가 9배로 급증했다.
폭스콘의 영 리우 회장은 AI 서버 사업이 올해 1조 대만달러(약 46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스트론과 퀀타는 올해 매출이 각각 92.7%, 65.6% 급증하는 등 AI 서버 전환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북미 확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 현지 AI 서버 조달 수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은 이제 기술 리더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정적인 생산 역량, 공급망 회복력, 지정학적 유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양산 개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새로운 질서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