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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원 공룡 'CMRG'의 공습... 철광석 시장 '슈퍼 갑'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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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원 공룡 'CMRG'의 공습... 철광석 시장 '슈퍼 갑' 등극

"달러 대신 위안화 써라"... 가격·결제 통제권 쥔 중국, 자원 무기화 가속
호주 포테스큐 CEO "공급 과잉에 구매자가 쥔 칼자루... 시장 판도 뒤집혀"
韓 철강업계, 원가 상승·저가 공세 '이중고'... 공급망 다변화 시급
중국 정부가 철광석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려고 설립한 국영기업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가 철광석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려고 설립한 국영기업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 정부가 철광석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려고 설립한 국영기업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가격 결정권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결제 통화까지 달러에서 위안화로 바꾸려는 시도가 포착되면서 글로벌 광산 기업과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14(현지시간) CMRG가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가격 협상 주도권을 쥐고 글로벌 광산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대 구매자의 등장, 시장 질서를 흔들다


세계 4위 철광석 생산업체인 호주 포테스큐(Fortescue)의 디노 오트란토 최고경영자(CEO)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바로 CMRG"라고 단언했다.

오트란토 CEO"철광석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라 협상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넘어갔다""지금이야말로 구매자 그룹이 힘을 과시할 최적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호주 BHP와 브라질 발레(Vale) 등 주요 광산 기업들은 올해 판매 계약을 두고 CMRG와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CMRG는 개별 국영 제철소를 대신해 철광석을 통합 구매하며 전례 없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각개격파' 전술과 호주의 위기


CMRG의 핵심 전략은 철저한 '공급자 갈라치기'. 과거 개별 제철소 단위로 진행하던 수입 창구를 국영기업 하나로 통일해, BHP·발레 등 거대 광산 기업을 상대로 '각개격파'식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캐나다 왕립은행(RBC) 캐피털 마켓의 칸 페커 애널리스트는 "CMRG가 광산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공략하며 서로 경쟁을 붙이는 '분할 통치'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Simandou)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230억 달러(32조 원) 규모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이는 호주산 철광석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에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전망이다.
호주 경제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호주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의 수출액은 전달보다 3% 줄었다. 특히 금속과 광물 부문 수출이 9%나 급감했다. 아슈윈 클라크 커먼웰스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HPCMRG 사이의 가격 분쟁 탓에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산 철광석이 아무런 방해 없이 중국으로 수출되기를 바란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 앞에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러 패권 균열... "위안화로 결제하라"


더 큰 문제는 CMRG의 행보가 단순한 가격 협상을 넘어 '금융 패권'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CMRG가 원자재 거래에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BHP와 리오틴토 등은 중국 항만 보관 물량(portside)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데이비드 카초 연구원은 "철광석에서 시작한 위안화 결제 관행은 중국이 소비와 가공을 장악한 리튬, 구리,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자원 안보''()달러'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추후이팡 화중과학기술대 교수는 "원자재 가격을 위안화로 책정하면 중국 제철소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이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韓 기업들의 생존법


CMRG2022년 설립 이후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출신 고위 관료인 가오 니에를 총지배인으로 영입하고 엔지니어와 회계사 수백 명을 채용하며 조직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또한, S&P 글로벌이 운영하는 플래츠(Platts) 지수 대신 중국 자체 철광석 지수를 도입하라고 광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 셈법은 복잡하다. 포테스큐는 중국산 트럭 구매 계약을 맺으며 중국과 상호보완 관계를 강조하는 '유화책'을 폈고, 발레 역시 중국 수요에 맞춘 제품 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원자재 통제 강화 움직임은 국내 철강업계에 즉각적인 위협이다. 14일 철강업계와 증권가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철광석 등 원료비 부담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MRG가 주도하는 가격 협상력 강화가 중국 철강사들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고환율과 원료비 상승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은 형국이다. 더욱이 중국 내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철강 물량이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로 이어지며 국내 후판 시장 가격까지 교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원자재 시장 통제력 확대는 단순한 가격 변동성을 넘어 구조적인 공급망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국내 업체들은 원료 도입처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 확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규칙을 새로 쓰는 지금, 자원 빈국이자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인 한국 역시 원자재 조달 전략과 결제 통화 다변화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