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K자형 경기’가 외식업계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경기 침체기마다 강세를 보이던 패스트푸드 체인이 할인 경쟁에 내몰린 반면에 캐주얼 다이닝 체인, 즉 중저가 외식업계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외식 시장에서는 소득 계층에 따라 소비가 뚜렷이 갈리는 ‘K자형 소비’가 고착화되면서 전통적인 불황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계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이 드라이브스루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가격 인하에도 고객이 돌아오지 않는 패스트푸드 체인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외식 전문지 레스토랑비즈니스의 조너선 메이즈 편집장은 “소비자들이 외식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지 이미 2년 반에서 3년가량 됐다”며 “많은 체인이 할인 전략을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 할인이 구조가 되다
할인 행사는 이제 보조 수단을 넘어 구조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체 외식 방문의 29%가 할인 행사에 의해 발생했는데 이는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메뉴 가격은 급등했다. 미국 외식업계 단체 전미레스토랑협회가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평균 메뉴 가격은 31% 올랐다.
이같은 환경은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특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라 세나토르 애널리스트는 “저소득 가구의 외식 수요는 지난 2년간 둔화된 반면, 고소득 가구의 지출은 계속 늘었다”며 “이 때문에 중저가 외식이 패스트푸드보다 실적이 나았다”고 분석했다.
과거 불황기에 점유율을 높이던 맥도날드와 칙필레 같은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최근 다른 흐름에 직면해 있다. 임대료, 보험료, 학자금 대출, 에너지 비용, 식료품 가격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메뉴 가격이 2018년 이후 30~35% 뛰자 저소득 소비자들이 체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 가치 전략의 한계
문제는 할인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이즈 편집장은 “가격 할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소비자들이 할인가에 익숙해져 경기가 회복돼도 정상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며 “서브웨이가 14년 전 종료한 5달러 풋롱(약 7300원) 행사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대표적 지표로 꼽히는 맥도날드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맥도날드는 2024년 5월 공개한 자료에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외식 물가 상승률이 29%였고, 핵심 메뉴 가격은 20%대 초반 상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2024년 6월 도입한 5달러 밀 딜(약 7300원) 등 각종 프로모션에 의존하고 있다.
TD코웬의 앤드루 찰스 애널리스트는 “프랜차이즈 점주의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극도로 가치 중심적인 환경”이라며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진짜 효과를 본 것은 단순 할인보다 메뉴 혁신이나 마케팅이었다”고 말했다.
◇ 캐주얼 다이닝의 반전
이같은 흐름 속에서 캐주얼 다이닝은 의외의 승자로 떠올랐다. 텍사스 로드하우스, 애플비, 올리브가든, 칠리스 등은 최저가 경쟁 대신 세트 메뉴와 장기 프로모션을 통해 ‘풍부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올리브가든의 무한 파스타, 칠리스의 ‘3가지 메뉴 세트’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브링커 인터내셔널의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칠리스의 동일 점포 매출은 8.6% 늘었고 방문객 수 증가가 2.7%포인트를 기여했다. 일관된 운영과 명확한 가치 제안이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분석가들은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다이닝 간 격차가 앞으로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할인과 한정 판매,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어지겠지만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메이즈 편집장은 “지금 외식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이 넘쳐난다”며 “고객을 붙잡기 위한 시도가 매우 흥미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