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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손절’ 나선 중국… 달러 패권 흔드는 4대 악재에 세계 경제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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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손절’ 나선 중국… 달러 패권 흔드는 4대 악재에 세계 경제 요동

중국, 자국 은행에 “美 국채 매입 제한” 지침… 1년 새 860억 달러 던졌다
미국 재정 적자·달러 무기화 우려 속 ‘안전자산’ 신화 균열… 금리 상승 압박 불가피
중국 정부가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자국 은행에 미국 국채 보유량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가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자국 은행에 미국 국채 보유량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최근 자국 은행들에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이라고 지시하며 ‘달러 탈출’의 불씨를 지폈을까?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자국 은행에 미국 국채 보유량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달러화와 미국 자산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국제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요국 미국 국채 보유 현황(2024년 11월 말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미국 재무부이미지 확대보기
주요국 미국 국채 보유 현황(2024년 11월 말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미국 재무부


중국, 1년 새 美 국채 125조 원어치 매각…‘큰손’들의 변심


중국은 미국 국채 시장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손(국가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심상치 않다. 미국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4년 11월 말 기준 6830억 달러(약 998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7690억 달러(약 1124조 원)에서 1년 만에 약 11%인 860억 달러(약 125조 원)가 급감한 수치다.

이러한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은행권 지침이지만 시장은 이를 ‘탈(脫)달러’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교협회(CFR)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중국 수출업체들이 매달 약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국영 은행에 매각했고, 은행들은 이 자금을 국채에 투자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제 이들 금융기관에 투자 다각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패권 흔드는 4가지 충돌 지점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이유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꼽는다.

첫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그에 따른 보편관세 도입,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둘째는 재정 건전성 악화다. 미국의 가파른 재정적자 증가세는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장기 재정 전망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는 달러의 무기화다. 2022년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사례처럼, 미국이 달러를 외교적 압박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다른 국가들이 거부감을 느끼며 대체 자산을 찾고 있다.

넷째는 일본발 역풍이다.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됐다.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직접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장기적 조달 비용 상승 불가피…“당장 붕괴는 없어”


RSM의 조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표시 자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수년간 지속될 추세”라고 진단했다. 만약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미국 정부의 재정 운용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 사회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나라 살림에 필요한 돈을 빌리기 위해 '미국 국채'라는 차용증을 발행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차용증을 사줘야 돈이 원활하게 도는데, 중국처럼 큰손들이 "이제 안 사겠다"고 하면 미국 정부는 비상이 걸린다.

돈을 빌려줄 사람이 줄어들면, 미국 정부는 더 높은 이자(수익률)를 주겠다고 제안해야만 한다. 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국채 금리가 전 세계 모든 금리의 '기준점'이라는 데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중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결국 일반 시민들이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도 연쇄적으로 따라 오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의 미국 시장 이탈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고통'을 길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붕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브래드 세처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달러에 강력하게 의존하고 있어 당장 달러를 대체할 수단은 없다”며 “실제로 급격한 이탈이 일어난다면 현재보다 훨씬 극심한 환율 변동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움직임은 ‘완전한 이탈’이라기보다는 위험관리를 위한 ‘점진적 다각화’에 가깝다는 평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경제 방어막' 구축으로 보인다. 달러 패권이 당장 무너지진 않겠지만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수식어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긴장감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