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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90조 달러 피지컬 AI 시대 왔다"…엔비디아, 다쏘시스테메와 25년 최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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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90조 달러 피지컬 AI 시대 왔다"…엔비디아, 다쏘시스테메와 25년 최대 동맹

LLM 한계 넘는 '월드 모델' 기술 경쟁…칩·시뮬레이션·로봇 3각 통합이 새 판도 가른다
로봇밀도 세계 1위 한국, 149개 규제 법안·노동 경직성에 기술 우위 해외 이전 우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황 CEO는 피지컬 AI에서도 ChatGPT 등장 때와 같은 역사적 전환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황 CEO는 "피지컬 AI에서도 ChatGPT 등장 때와 같은 역사적 전환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 스마트폰 한 대가 팔릴 때마다 창출되는 가치를 모두 합쳐도 도저히 미치지 못할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대 90조 달러(13365조 원)로 제시한 '피지컬 AI(Physical AI)' 시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산하는 단계에 머물렀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공장 바닥을 걷고 도로를 달리며 실물 경제 자체를 재편하는 단계다.

2026년 들어 글로벌 빅테크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묶는 전략 동맹을 잇달아 결성하며 이 시장의 초입 선점에 나섰다고 디지타임스가 20(현지시각) 보도했다.

젠슨 황의 선언, 그리고 조용한 만남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황 CEO"피지컬 AI에서도 ChatGPT 등장 때와 같은 역사적 전환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 기간 중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CES 2026에서 처음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와 현대차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협력 심화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한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엔비디아 세 곳은 이미 피지컬 AI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분야 중 하나인 휴머노이드 로봇 부문에서 공동 배치를 추진 중이다.

CEO의 이 같은 발언과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낙관론이 아니다. 엔비디아, 딥마인드,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올 들어 일제히 텍스트가 아닌 실세계 데이터로 물리 법칙을 학습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연구를 집중 강화하고 있어서다. 피지컬 AI의 핵심 두뇌 기술인 월드 모델은 공간·재료·동역학·인과관계를 기계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체계로,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이 텍스트 처리에 특화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 원리를 갖는다.

엔비디아·다쏘, 25년 만의 최대 결합…왜 지금인가


엔비디아와 프랑스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테메(Dassault Systèmes)의 협력은 그 배경을 알아야 이번 발표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다쏘시스테메는 항공기 설계부터 자동차 개발, 제약 공정까지 산업 현장의 물리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25년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 온 기업이다. 보잉, 에어버스, BMW 등 글로벌 제조사 대부분이 이 회사의 '3DEXPERIENCE' 플랫폼 위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검증한다.

두 회사는 최근 열린 연례 사용자 컨퍼런스 '3DEXPERIENCE 월드 2026'에서 25년 파트너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플랫폼 통합을 발표하고, 산업용 응용 프로그램을 겨냥한 월드 모델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AI 연산 인프라와 오픈 모델을 제공하고, 다쏘시스테메가 수십 년간 쌓은 산업 현장 물리 시뮬레이션 기술을 더하는 구도다.

이 조합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뚜렷하다. 피지컬 AI는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와 달리 칩 연산력·물리 시뮬레이션·산업용 소프트웨어·로봇 시스템을 동시에 통합해야 작동한다. 어느 한 기업도 혼자서 이 모든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이전 AI 경쟁에서는 매개변수 규모와 연산 플랫폼으로 단일 기업이 선점 우위를 굳힐 수 있었지만, 피지컬 AI에서는 기술 역량의 '교차 영역'을 쥔 연합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CEO"피지컬 AI와 월드 모델이야말로 AI를 디지털 영역에서 현실 세계로 진정으로 끌어올리는 열쇠"라고 밝혔다. 업계 분석가들은 생성형 AI가 정보 산업을 재편했다면, 피지컬 AI는 수십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제조·인프라 시장 자체를 겨냥한다고 본다.

한국에 미치는 파급과 대응


이 같은 피지컬 AI 전환은 세계 5위 제조 강국인 한국에 직접적인 파장을 던진다. 한국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 비중은 약 3분의 1(2024년 기준 부가가치 약 5,000억 달러·724조 원)에 이른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노동자 만 명당 산업용 로봇 밀도에서 세계 1위다. 울산·창원 등 제조 도시에 축적된 숙련 기술자들의 현장 노하우는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로서 잠재 가치가 크다고 스팀슨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평가했다.

기업 차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 생산 체계인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LG전자는 가사 작업이 가능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CLOiD'를 선보였고, 두산로보틱스는 3D 비전으로 대형 구조물을 자율 점검·가공하는 'Scan & Go'CES 2026 AI·로봇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활용한 반도체 공장 규모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함께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3'SEMICON 코리아 2026'에서 한국을 AI 기반 산업 전환의 핵심 협력 거점으로 명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울 2026' 컨퍼런스에서 양재 AI 테크시티와 수서 로봇 클러스터를 잇는 '서울 피지컬 AI 벨트' 구상을 발표했다. 양재 테크시티 착공은 2028, 수서 클러스터 완공은 2030년이 목표다. 실증 센터에는 2030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입한다. 중앙정부는 2030년까지 AI 공장 500개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피지컬 AI 도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규제·노동 정책·자본 유인책이 얼마나 빠르게 정렬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49개 법안이 기업 성장에 부담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가 아틀라스의 첫 실전 배치를 2028년 국내가 아닌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으로 잡은 것은 국내 노동 환경과 규제 불확실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팀슨센터는 "현장 배치가 해외로 옮겨가면 학습 곡선과 공급망 생태계도 함께 이전된다"고 경고한다. 울산·창원 숙련 기술자들의 암묵적 노하우를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는 '데이터 주권'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90조 달러짜리 시장의 수혜가 한국 밖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