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1.4% 역대 최저·노던버지니아 착공 29% 급감
트럼프 "빅테크, 자가발전소 지어라"…3월 4일 백악관 서명식으로 전기요금 논란 분수령
트럼프 "빅테크, 자가발전소 지어라"…3월 4일 백악관 서명식으로 전기요금 논란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AI 산업이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쏟아내는 동안, 정작 그 심장부인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은 전력 공급이라는 벽 앞에 멈춰 섰다. 자금보다 전선(電線)이 문제라는 역설적 상황이 미국 AI 굴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착공 물량 5년 만에 감소세…5.99GW로 뒷걸음질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그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미국 데이터센터 연간 시장 보고서(U.S. Data Center Trends Report)'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국 내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총 용량은 5.99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전년 말(2024년) 6.35GW에서 약 5.7% 뒷걸음질한 수치로, 코로나19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20년 이후 처음 나타난 감소 반전이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모건스탠리와 무디스 레이팅스가 추산한 3조 달러(약 4296조 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현장이 움직인 셈이다.
수요는 38% 폭증, 공실률 1.4%로 '역대 최저'
역설은 공실률 지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신규 임차인이 흡수한 데이터센터 용량은 전년 대비 38% 급증하며 미국 주요 시장의 평균 공실률을 1.4%라는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치솟는 구조적 불균형이 데이터센터 시장을 극도의 공급 부족 상태로 몰아넣은 것이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메카, 노던버지니아에서는 착공 물량이 29%나 쪼그라들었다. 오레곤주 힐스보로(-15%), 실리콘밸리(-14%)도 동반 하락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전력망 포화와 주민 반발이라는 이중 압박이다. CBRE 보고서에서 고든 돌벤 데이터센터 연구 이사는 "건설 지연과 통신 기술의 진화가 맞물리면서 개발사들이 전통적 허브를 이탈해 미개척지를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전국 곳곳 주민 봉기
불과 5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는 지역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하는 '황금알 시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AI 전환 가속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전기요금 고지서가 두꺼워지자, 허용의 분위기가 거부의 목소리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일리노이주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전기요금 급등 억제를 명분으로 데이터센터에 부여하던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서는 오라클(Oracle Corp)의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이 환경 오염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했다. 노던버지니아에서는 소음과 경관 훼손을 더 이상 감수하지 못한 주민들이 아예 이사를 떠나는 '데이터센터 난민'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전력 여유가 있는 지역들이 반사 수혜를 누리고 있다. 시카고는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169%나 폭증했고, 댈러스-포트워스도 15% 늘었다. 특히 애틀랜타는 2025년 하반기 기준 2GW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며 1.9GW에 그친 노던버지니아를 제치고 전국 착공 규모 1위로 부상했다.
트럼프의 승부수, “빅테크, 자가발전소 지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정연설에서 데이터센터발(發) 전기요금 급등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노후화된 송전망은 AI가 요구하는 전력량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직접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만들어 써라"는 것이 핵심 지시였다.
이에 따라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오픈AI·xAI 등 빅테크 대표들은 오는 3월 4일 백악관을 방문해 이른바 '소비자 요금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에 서명한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서약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건설하거나, 구매하거나, 조달'해야 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인허가 신속 처리라는 실익이 있다. 반면 천문학적인 발전소 건설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기요금 논란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신규 발전소 완공까지 최소 3~5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기 효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난은 국내 중견 데이터센터 기업의 기회일 수도
미국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 심화는 한국 기업들에도 복잡한 신호를 보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측면에서 호재를 기대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착공 감소가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세를 꺾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 전력 관련 기업들에는 잠재적 호재다. 빅테크가 독립형 발전 설비 구축에 나설 경우 변압기·전력 케이블·수배전반 등 핵심 기자재 수요가 급증할 수 있어,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의 전력난은 국내 전력 설비와 냉각 시스템 기업들의 수출 기회를 넓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면서도 수주 실현까지는 인허가 해소라는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력이라는 물리적 제약 앞에서 AI의 무한 확장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공급망의 병목을 뚫지 못하면, 수십조 달러의 AI 투자 계획도 종이 위의 숫자로 끝날 수 있다. 트럼프가 던진 '자가발전소 의무화'라는 승부수가 이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비용 전가로 귀결될지—그 향방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속도를 가름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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