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뚫고 엔비디아에 정조준한 화웨이 '아틀라스 950'…한국 반도체, 중국 시장 수성이냐 탈출이냐
이미지 확대보기화웨이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6' 현장에서 공개한 초거대 AI 클러스터는 그 질문에 불길한 답을 예고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독주에 균열을 내려는 중국의 반도체 독립 선언이 더 이상 예고편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칩 8192개 한데 묶은 '아틀라스 950'…엔비디아 베라 루빈 직접 겨냥
폴란드 IT 전문매체 퓨어PC(PurePC)의 2일(현지 시각) 보도를 보면, 화웨이는 MWC 2026 부스에서 자체 개발 AI 칩 '어센드(Ascend) 950'을 8192개 연결한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Atlas 950 SuperPoD)'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화웨이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1초에 1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8엑사플롭스(EF) 성능과 초당 16.3PB(페타바이트)의 대역폭을 구현한다. 화웨이 측은 엔비디아의 최신 플랫폼인 베라 루빈(NVL576)보다 연산 성능이 약 6.7배 앞선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수치는 화웨이의 자체 발표에 근거한 것으로, 아직 제3기관의 독립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화웨이 독자 개발 인터커넥트인 '유니파이드버스(UnifiedBus)'다. 화웨이는 이 기술이 엔비디아의 'NV링크(NVLink)'를 넘어서는 연결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물량 공세'의 한계…전력 소모 3.9배·서방 시장 차단이라는 이중 벽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지닌 구조적 한계를 냉정하게 짚는다. 유럽 기술 연구소의 한 분석가는 "화웨이는 개별 칩의 성능 격차를 물량으로 메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화웨이의 이전 세대 칩 '어센드 910C'는 연산 성능이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B200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에너지 효율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화웨이의 직전 모델인 '클라우드매트릭스 384'는 엔비디아 시스템 대비 전력 소모가 3.9배에 이르렀다. 연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적 비효율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HBM 내재화 속도전…한국 기업 수출 급감 시나리오 현실화
이번 아틀라스 공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직격탄이 되는 이유는 하드웨어 경쟁 그 너머에 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가 화웨이에 고대역폭메모리(HBM3) 샘플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자립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화웨이의 AI 칩이 확산할수록 한국산 HBM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삼성·SK하이닉스, 탈(脫)중국 가속…기술 격차로 돌파구 찾는다
두 기업은 이미 '탈중국'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공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1년 약 30%에서 지난해 10%대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도 40%를 웃돌던 중국 비중이 최근 20~30% 선으로 낮아지는 흐름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 내 생산 시설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막히고 현지 자급률이 높아진 결과다.
대응 방향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국내 생산 거점을 강화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확정하며 북미 공급망 거점을 선점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HBM3E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미국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연산 성능의 절댓값이 아니라 공급망의 신뢰성"이라면서 "제재 환경에서도 화웨이가 이 규모의 시스템을 조립해 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준다"고 분석했다.
아틀라스 950이 실제로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독립 검증과 양산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제재라는 역풍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이 수준의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중국 시장 안에서는 '반(反)엔비디아 생태계'가 조기에 굳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시장을 잃어버리는 속도가 빨라진다면, 그 공백을 채울 HBM 수요를 북미와 유럽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3년의 경쟁 구도를 결정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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