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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중동 전쟁 여파에 국제유가 급등…“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되면 사상 최고치 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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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중동 전쟁 여파에 국제유가 급등…“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되면 사상 최고치 넘을 수도”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지난 2023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급등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에너지 시장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92.69달러(약 13만3900원)로 마감하며 하루 동안 8.5% 상승했다. 이번 주 상승률은 28%에 달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0.90달러(약 13만1400원)로 이번 주 36%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 198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이번 급등은 지난 주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뒤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보복 공격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유전도 공격 위협을 받았다. 사우디는 토요일 새벽 하루 생산량 약 100만배럴 규모의 샤이바 유전을 겨냥한 드론 10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에너지 생산의 핵심 지역을 겨냥한 첫 공격 시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

◇ “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최악 경우 2008년 기록도 넘어설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유가 추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조짐이 없을 경우 다음 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4500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 차질이 3월 내내 이어질 경우 정제유 가격을 중심으로 2008년과 2022년의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브렌트유는 배럴당 140달러(약 20만2300원)를 넘은 바 있다.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시장 충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울 카보닉 MST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제품까지 동시에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동 산유국 생산 차질…유럽·미국 에너지 가격도 급등


중동 지역 생산 차질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는 대부분의 원유 생산을 중단했고 쿠웨이트 역시 저장시설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곧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걸프 지역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몇 주 안에 생산 감축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제품 가격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32달러(약 4800원)로 올라 2024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300원)였다.

디젤 가격 상승은 더 빠르다. 미국 평균 디젤 가격은 일주일 사이 갤런당 0.512달러 올라 4.264달러(약 6160원)가 됐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럽 항공 연료 가격도 급등했다. 가격조사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북서유럽 제트연료 가격은 톤당 1416달러(약 204만6000원)로 올라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번 주 상승률만 71%에 달했다.

◇ 유가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국제유가 급등은 각국 중앙은행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은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0.1%포인트 올라가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이번 주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39%포인트 상승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포인트 올랐다.

다만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라도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문제일 것”이라며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를 유도하기 위해 유조선 보험 지원과 군사 호위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해운·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한 유조선 운항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