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배터리·EV 모여 ‘하나의 발전소’로… 2030년까지 5천만 가구분 피크 수요 절감 전망
노후 전력망 확장 비용 절감 대안 부상 vs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삭감 ‘찬물’
노후 전력망 확장 비용 절감 대안 부상 vs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삭감 ‘찬물’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급증과 이상 기후로 인한 정전 위기 속에서, 소규모 분산 자원을 하나로 묶어 전력망을 지탱하는 VPP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에 따르면, VPP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이미 미국 34개 주에서 유틸리티 프로그램으로 채택되며 주류 에너지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 VPP란 무엇인가?… “잠자는 개인 자산을 국가 발전소로”
가상 발전소는 물리적으로 거대한 발전소를 짓는 대신, 가정이나 공장에 흩어져 있는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기차(EV) 충전기, 스마트 온도조절기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유틸리티 회사가 개별 가계의 배터리에서 전력을 끌어오거나, 스마트 기기를 제어해 소비를 줄임으로써 화석 연료 발전소 가동을 대체한다.
지가르 샤(Jigar Shah) 미 에너지부(DOE)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 국장은 “비효율적인 전력망 확장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대신, 기존 자산을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이 VPP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2030년 피크 수요 60GW 감축 전망… 데이터 센터 공세의 해법
에너지 전환 비영리 단체인 RMI의 추정에 따르면, VPP는 2030년까지 미국의 피크 수요를 약 60GW 줄일 수 있다. 이는 약 5,0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최근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 센터의 급속한 확산으로 기존 전력망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VPP는 특히 중요하다. 가스 터빈 제조 공정이 2030년까지 밀려 있고 발전소 건설 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VPP는 건설 기간 없이 즉각적인 용량 확보가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 뉴올리언스의 ‘배터리 인센티브’ vs 볼더의 ‘보조금 취소’
미국 각 주 정부의 움직임은 엇갈리고 있다.
허리케인 등 기상 재해에 취약한 뉴올리언스는 정전 방지를 위해 2,800만 달러 규모의 배터리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약 1500가구에 배터리 설치를 지원해 비상시 전력망에 전기를 주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볼더에서 추진되던 1270만 달러 규모의 VPP 프로젝트는 최근 연방 보조금이 취소되며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는 재생 에너지 예산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에너지 시장과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미국 VPP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에너지 섬’인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규 송전 선로 건설이 지역 갈등으로 지연되는 한국 상황에서, VPP는 계통 제약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제주도 등 재생 에너지 출력 제어가 빈번한 지역에 우선 도입이 시급하다.
한화솔루션(큐셀 부문), 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과 ESS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 VPP 시장은 거대한 기회의 땅이다.
미국 34개 주가 도입한 인센티브 제도처럼, 한국도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에너지 자원을 시장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통합 발전소(VPP)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