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프로세서 동반 공급 경색…AI 데이터센터가 PC 시장 부품 삼켜
노트북·데스크톱 소비자 '구매 적기' 지금이 덜 오른 마지막 기회될 수도
노트북·데스크톱 소비자 '구매 적기' 지금이 덜 오른 마지막 기회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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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리사 수의 경고, 메모리 가격이 흔들린다
리사 수 CEO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건 스탠리 기술·미디어·통신(TMT) 콘퍼런스 2026에 참석해 "메모리 모듈 가격이 현재 극도의 변동성 구간에 진입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기술 전문 매체 벤치마크(benchmark.pl)가 현장을 인용 보도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PC 완제품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 가운데 운영 메모리(RAM)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부품 원가의 15~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RAM 가격이 출렁이면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의 출고가는 수개월 내 연동 상승한다. 제조사들이 부품 조달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 판매가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서(CPU·GPU) 시장도 같은 흐름에 노출돼 있다. 리사 수 CEO는 콘퍼런스에서 "컴퓨팅 연산 수요가 불과 수개월 전 예측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공급망이 이를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칩 생산에 파운드리 라인이 집중 배정되면서, 소비자용 CPU·GPU 라인의 생산 여력은 구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삼킨 AI 데이터센터…소비자 시장은 '찬밥'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2026년에만 생성형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설비투자(CAPEX) 합산치는 전년 대비 3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 자금이 반도체 공급망을 한 방향으로 빨아들이면서, 일반 소비자용 PC 부품의 안정적 수급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HBM과 최신 DDR5 물량을 선점하면서 소비자 시장에 돌아오는 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하반기에는 입도선매식 재고 확보가 어렵고 가격 협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6 하반기 PC 수요 '이중 부담'
모건 스탠리 TMT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 시장 분석가는 "AI 인프라 붐에 대한 낙관론이 실물 공급망의 한계라는 장벽에 부딪혔다"며 "생산 비용 압박과 물류 병목이 겹치면서 PC 완제품 가격의 상향 조정은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세계 PC 시장은 2025년 하반기 윈도우 10 지원 종료에 따른 교체 수요로 반짝 회복세를 누렸다. 그러나 2026년에는 이 호재가 소진된 상태에서 부품 가격 인상이라는 역풍이 더해지는 구도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하반기 PC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 가격이 5~15% 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도 파장은 직접적이다. 삼성전자·LG전자의 노트북 라인업은 퀄컴·인텔·AMD 칩과 삼성·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 단가는 단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완제품 PC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오히려 국내 IT 수요 전반이 냉각되는 '자가 충돌' 국면이 될 수 있다.
소비자 행동, '지금이 기회'인가
전문가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 충격을 피하려면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RAM 용량이 크거나 최신 GPU가 탑재된 고가 노트북·데스크톱일수록 부품 원가 비중이 높아 가격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I PC 전환 흐름과 맞물려 내년 초 차세대 플랫폼이 본격 보급될 가능성도 있어, 최신 사양 모델을 서두르기보다 현세대 주력 모델의 잔여 재고를 공략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공급망 전문가는 "부품 가격 상승은 올해 3분기부터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며 "에이수스·레노버·삼성 등 주요 브랜드의 상반기 물량이 소진되는 7~8월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