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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빅뱅] 애플, '아이폰 폴드' 초기 물량 20% 전격 증산… 삼성·화웨이 '아성'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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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빅뱅] 애플, '아이폰 폴드' 초기 물량 20% 전격 증산… 삼성·화웨이 '아성' 흔드나

5년 개발·두 자릿수 설계 변경 끝 하반기 출시 확정… 액체금속 힌지 탑재, 대만 4개 공급망 총동원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당초 계획 대비 20%가량 늘어난 물량을 협력사에 발주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당초 계획 대비 20%가량 늘어난 물량을 협력사에 발주했다. 사진=로이터
'폴더블폰의 문을 처음 연 건 삼성이었지만, 그 문을 대중에게 활짝 열어젖힐 업체는 애플이 될 것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지 6년이 지난 지금, 업계 안팎에서 이러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애플이 올해 하반기 첫 번째 접이식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로 확정하면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이 근본적인 구조 재편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 폴드' 핵심 공급망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아이폰 폴드' 핵심 공급망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출하 목표 20% 상향…'자신감'인가, '승부수'인가


대만 경제일보는 9일(현지 시각) 애플이 당초 계획 대비 20%가량 늘어난 물량을 협력사에 발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계획 조정이 아니다. 보통 대형 IT 기업들은 첫 세대 완전 신규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초기 출하량을 보수적으로 잡는다. 소비자 반응을 타진하며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애플은 반대의 선택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5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축적된 기술적 자신감의 발로"라고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변경만 두 자릿수 이상 거치며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제품에 대해 애플 스스로 시장성을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핵심 설계안은 지난해 하반기에 최종 확정됐다. 주요 부품 납입은 2분기 말~3분기에 이뤄질 예정이며, 완제품 출시는 올해 하반기로 점쳐진다.

'주름 없는 폴더블'…액체금속 힌지가 승부처


아이폰 폴드(가칭)의 화면 크기는 7.8인치로 알려졌다. 펼쳤을 때의 크기가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발 주자인 애플이 내세운 핵심 차별화 포인트는 '액체금속(Liquid Metal) 힌지'다. 폴더블폰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온 화면 접힘 주름과 내구성 저하 문제를 정조준한 기술이다.

액체금속 소재는 결정구조가 없는 비정질 합금으로, 일반 금속에 비해 탄성 변형 한계가 크고 인성(靭性)이 높다. 경쟁 제품에서 반복 개폐 시 힌지 주변에 응력이 집중되며 발생하는 미세 균열과 접힘 자국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기술적 배경이다. 여기에 사용자가 기기를 손에 쥐었을 때의 촉감까지 설계에 반영, 애플 특유의 고급 마감을 유지했다고 복수의 공급망 소식통은 전했다.

대만 공급망 총동원…4개사 수혜 집중


아이폰 폴드의 생산 구조는 대만 IT 생태계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힌지 베어링 공급을 맡은 신주싱이다. 애플과의 협력을 계기로 액체금속 힌지 부품의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며 이번 수혜의 핵심 자리에 올랐다.

혼하이(폭스콘) 류양웨이 회장은 지난 6일 착공식에서 "주요 고객사가 새 접이식 기기에 매우 깊은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시장에서는 이 '큰 고객'이 사실상 애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출하 목표 상향에 따라 이들 4개사를 포함한 연관 부품사의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화웨이와 '3강 체제'로…한국 업계 촉각


폴더블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양강 구도다. IDC·카운터포인트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Z 폴드·플립 시리즈로 글로벌 폴더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중국 내 프리미엄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이 가세하면 시장 구조는 '3강 체제'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시장 진입은 단순히 경쟁 모델 하나가 추가되는 차원이 아니다"라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관망 태도를 버리고 폴더블폰 구매를 결심하도록 이끄는 시장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번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부담이지만, 국내 디스플레이·부품 업체 일부는 애플 공급망 편입 여부를 타진하며 기회 포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넘어야 할 관문…'가격'과 '1세대 완성도'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애플이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가격이다. 현재 갤럭시Z 폴드6의 출시가가 200만 원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 폴드는 이를 웃도는 프리미엄 가격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초도 제품의 잠재적 결함 리스크다. 아무리 5년을 공들였다 해도 폴더블폰의 힌지와 디스플레이 내구성은 대규모 실사용 환경에서 비로소 진정한 검증이 이뤄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애플이 이례적으로 초기 물량을 늘린 사실 자체가 1세대 제품의 완성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이 수년간 걸려 개선한 폴더블 기술의 핵심 문제들을 애플이 첫 제품에서 상당 부분 해결했다면,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 시장은 오랫동안 '미래 기술의 전시장'이면서도 '소수만을 위한 시장'이라는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애플의 진입이 바로 그 한계를 깨는 임계점이 될 수 있다. 갤럭시Z 폴드가 폴더블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아이폰 폴드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 싸움의 진짜 승자는 결국 더 많은 소비자가 폴더블폰을 선택하는 날 가려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