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받아도 침묵하는 브릭스… 회원국 간 구조적 적대감과 국익 우선주의가 발목
코민테른부터 아세안까지 역사적 전례 반복… “위기 앞선 초국가적 연대보다 자국 안보가 우선”
코민테른부터 아세안까지 역사적 전례 반복… “위기 앞선 초국가적 연대보다 자국 안보가 우선”
이미지 확대보기한때 서방 중심의 질서에 대항할 ‘다극화의 기수’로 기대를 모았던 브릭스가 회원국인 이란의 위기 상황에서 철저히 침묵하면서, 조직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C. 라자 모한(C. Raja Mohan)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브릭스라는 이름 아래 묶인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얼마나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이란의 비명에 응답 없는 동료들… “적과의 동침” 한계
브릭스가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회원국 구성의 모순에 있다.
브릭스 내부에는 반미 기조의 핵심인 이란과, 미국의 오랜 파트너이자 이란과 견원지간인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보수적인 걸프 왕국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 사이의 전략적 간극은 공동 성명 한 장으로 메우기엔 너무나 깊다.
인도는 이스라엘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들 역시 워싱턴과의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서방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것과, 실제로 서방의 군사 작전에 맞서 동료를 방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 역사적 전례의 반복: “연대는 국익을 이길 수 없다”
라자 모한 연구원은 브릭스의 이번 실패가 지난 한 세기 동안 반복되어 온 ‘초국가적 연대 프로젝트’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1919년 전 세계 혁명을 위해 창설된 코민테른은 1939년 스탈린이 나치 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으면서 무너졌다. '일국 사회주의'를 위해 국제 노동계급의 단결을 희생시킨 사례다.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을 받아도,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된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반대로 아세안은 침묵한다. 합의 원칙이 오히려 조직을 마비시키는 족쇄가 된 셈이다.
현재 브릭스 의장국인 인도의 행보도 상징적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위기 내내 이란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만, 이는 브릭스 차원의 대응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도의 주된 관심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인도 상선의 안전과 자국 에너지 수급에 있다. 집단 안보라는 수사보다는 구체적인 자국 유권자들의 안보와 번영이 우선이라는 주권 국가의 본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우리 외교 전략에 주는 시사점
브릭스의 ‘진정한 시험’과 그에 따른 무능 노출은 한국의 다자 외교 전략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지역 기구나 경제 블록이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철저히 국익에 기반한 양자 동맹과 실리 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브릭스 내에서도 자원과 이념에 따라 분열이 일어나는 만큼, 특정 블록에 의존하기보다는 캐나다, 호주, 동남아 등 다각화된 공급망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다.
인도가 보여주듯 위기 속에서도 자국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배터리 등 우리가 가진 ‘기술적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