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나렐, 연간 3800만 t 처리 시설 강타…중동 전쟁에 기상 악재 겹쳐
글로벌 LNG 공급 4분의 1 차질…한국 수입 비중 25% 호주 조달 전망은?
글로벌 LNG 공급 4분의 1 차질…한국 수입 비중 25% 호주 조달 전망은?
이미지 확대보기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열대성 사이클론 나렐(Tropical Cyclone Narelle)이 서호주 해안을 강타하면서 셰브런(Chevron), 우드사이드(Woodside), 산토스(Santos) 등 호주 주요 에너지 기업의 LNG 시설 4곳이 동시에 가동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전쟁과 남반구의 기상 재해가 동시에 글로벌 LNG 공급망을 옥죄는 '이중 차단' 국면이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사이클론 하나가 지도에서 지운 공급량, 연간 3800만 t
산토스는 이번 주 초 서호주 연안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가동을 중단했다. 이 가스전은 연간 370만 t 규모인 다윈(Darwin) LNG 터미널에 원료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다.
특히 이 바로사 가스전은 SK이노베이션 E&S가 2012년 지분 투자에 나선 뒤 올해 2월 처음으로 국내 보령 LNG 터미널에 첫 물량을 입항시킨 바 있어, 국내 에너지 업계와도 직접 연결된 곳이다.
셰브런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고르곤·휘트스톤 두 시설의 생산 중단에 대응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안전이 확보되는 즉시 전면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생산 능력 1560만 t인 호주 최대 LNG 시설 고르곤은 처리 계통(트레인) 3기 중 1기가 멈췄고, 연간 890만 t 처리 능력의 휘트스톤은 해상 플랫폼 인력을 사전 철수시키고 퍼스 사무소에서 원격 운용해 오다 27일 낮 육상 가스 생산까지 전면 중단됐다.
우드사이드의 카라타(Karratha) 가스 처리 플랜트도 타격을 받았다. 연간 1430만 t 처리 능력을 갖춘 노스웨스트셸프(North West Shelf) 프로젝트의 육상 처리 거점으로, 우드사이드 측은 "해상 시설에 인력을 복귀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는 대로 생산을 재개하겠다"고만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MST 마키(MST Marquee)의 사울 카보닉(Saul Kavonic) 분석가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연간 3000만 t 이상의 호주산 LNG 공급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동발 충격과 합산하면 전 세계 LNG 공급의 4분의 1 이상이 지금 이 시각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의 수석 분석가 조시 런시먼(Josh Runciman)도 "호주 LNG 시설의 일시 가동 중단은 카타르 공급을 대체할 물량을 찾고 있던 LNG 구매자들에게 최악의 타이밍에 터진 악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들 호주 시설이 서호주 가스 공급량의 44%를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정상화가 며칠 이상 지연될 경우 지역 내 가스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JKM 22달러 돌파·143% 폭등…한국 LNG 조달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번 호주발 공급 차질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시나리오였다. 카타르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LNG 생산 능력의 17%를 잃고 불가항력을 선언한 이후, 아시아 구매자들은 호주를 사실상 유일한 대체 공급처로 주목해 왔기 때문이다.
그 호주가 막히자 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아시아 LNG 현물 시장의 기준 가격)은 2월 28일 대비 143% 폭등하며 MMBtu(영국열량단위)당 22.35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럽 가스 가격 기준인 TTF(네덜란드 허브 가격)도 같은 기간 85% 올랐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TTF가 현 수준 대비 13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 이번 사태가 남다른 이유는 공급 구조에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수입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LNG 수입에서 호주 비중은 24.6%(1140만 t)로 단연 1위다.
카타르 19.2%, 말레이시아 13.2%, 미국 12.2%가 그 뒤를 잇는다. 카타르 공급 차질에 대응해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호주산 지분 물량 확보를 전략 카드로 꺼내 든 상황에서, 정작 그 호주가 흔들린 셈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6일 "현재 호주·캐나다 프로젝트에서 올해 생산 예정인 지분 물량 11척 전량을 국내로 도입하기로 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무관한 지역의 물량을 최우선적으로 끌어오는 것이 현 전략"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가 현재 보유한 지분 물량은 호주 36만 t, 캐나다 70만 t 등 연간 106만 t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기상 복합 리스크를 다시 한번 정조준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호주산 LNG에 연간 수입량의 4분의 1을 의존해 온 한국으로서는 카타르발 쇼크에 이어 '제2의 공급 충격'이 겹친 상황에서 현물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스 도입 비용 부담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 정부도 초과이윤세 검토…에너지 업체 향한 압박 수위 높아져
가격 급등의 반대편에서 호주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총리실 및 내각부가 가스·석탄 산업에 대한 '신규 부과금 옵션'을 모형화하는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는 "에너지 생산 기업이 국내 소비자의 부담을 대가로 높은 국제 가격의 혜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사이드는 올해 1월 플루토(Pluto) LNG 가동 중단 여파로 연간 생산 목표치를 석유환산배럴(boe) 기준 1억 7200만~1억 8600만 배럴로 낮춘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1억 9880만 배럴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중동의 전쟁이 카타르 시설을 겨냥하고, 남반구의 사이클론이 호주 시설을 강타한 지금, 전 세계 LNG 시장은 한쪽이 막히면 다른 한쪽으로 달려가던 '우회로'마저 동시에 차단당하는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를 맞고 있다.
현물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두 배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LNG를 연간 4600만 t 이상 수입하는 세계 3위 LNG 수입국 한국의 에너지 비용 부담 또한 빠른 속도로 가중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