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조정장 진입 임박… "유가 150달러 돌파하면 침체 확률 30%" 경고
전고점 대비 9.4% 하락, PER 17% 압축에도 고유가·금리 불확실성이 반등 발목
200일 이동평균선 탈환 여부가 상승 전환의 핵심 열쇠… 대형 기술주, 위기 속 피신처 부상
전고점 대비 9.4% 하락, PER 17% 압축에도 고유가·금리 불확실성이 반등 발목
200일 이동평균선 탈환 여부가 상승 전환의 핵심 열쇠… 대형 기술주, 위기 속 피신처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올 1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뉴욕증시가 두 달 만에 10% 가까이 무너졌다. 이란 전쟁에서 비롯된 유가 급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가 겹치면서, 월가 안팎에서는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추가 하락의 전조인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1월 하순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9.4% 밀려나며 조정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배런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특히 시장을 이끌어온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들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17% 넘게 후퇴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 하락이 가격 부담을 덜어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 전망치가 조용히 개선되는 가운데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7%가량 압축됐다"고 분석했다. M7 종목들의 PER은 현재 21.5배로, S&P 500 전체 평균(20.5배)보다 불과 5% 높은 수준까지 좁혀졌다. 시장 가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형 기술주들의 가격 부담이 그만큼 해소됐다는 뜻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나쁜 유가 상승'이 문제다… 공급 충격과 수요 회복의 결정적 차이
시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배런스는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사 글렌메이드의 제이슨 프라이드·마이클 레이놀즈 전략가는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은 낮지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하면 15%로,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3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구별해야 할 개념이 있다. 유가 상승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좋은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기업 이익이 함께 증가하며 주가도 우상향한다. 반면 지금처럼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감소가 유가를 밀어 올리는 '나쁜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기업 비용이 늘고 소비가 위축되며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을 짓누르는 것이 바로 이 '나쁜 유가 상승'이라는 점을 시장 참가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유가 충격은 연준의 정책 운신 폭도 좁힌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동 분쟁이 종식되더라도 고유가가 지속돼 물가 위협이 길어진다면 연준은 연말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리와 유가, 두 변수 가운데 시장 밸류에이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위 변수는 금리다. 기술주를 비롯한 성장주의 적정 주가(PER)는 결국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 즉 금리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의 PER 17% 압축이 진정한 저평가를 뜻하는지 여부는, 금리 인하 시기가 확인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서의 사투… "바닥인가, 지하실인가"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시장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S&P 500 지수는 지난달 20일 1년 만에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기 시작했고, 현재 이 지지선보다 약 3%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즈 전략가는 "월가에는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격언이 있다"며 "약 6624포인트 수준인 이 선을 확실히 탈환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역사적으로 가장 큰 폭의 반등 역시 이 지표 아래에서 시작됐다"며 "극도의 공포 심리 속에서 안정적인 바닥을 확인한다면 강력한 되돌림 장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유사한 전례가 있다. 2011년 중동 긴장 고조와 유가 급등 당시, 2018년 금리 상승과 주가 조정 국면, 2022년 고인플레이션과 긴축 공세 시기 모두 초반에는 지금과 같은 '조정 대 매수' 논쟁이 격렬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 방향을 최종 결정한 것은 언제나 금리와 기업 이익이었다. 지금의 논쟁 역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전형적인 시장 전환기에 반복되는 패턴이다.
PER보다 중요한 것은 이익(EPS)… "실적 장세냐 착시냐"
현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PER(주가수익비율)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변수는 기업 이익(EPS)의 방향성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분모에 해당하는 기업 이익이 줄어들면 PER이 낮아 보여도 실제로는 주가가 여전히 비싼 '착시 저평가' 상태가 될 수 있다.
리사 샬렛 CIO는 "M7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의 이익 성장세가 기술주를 따라잡아야 시장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데, 고유가가 이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승 종목이 일부 대형주에만 집중되는 '시장 내부 구조(Breadth)' 취약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지수가 올라도 체감 상승이 약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수 전체의 움직임과 함께 동일가중 S&P 500과 시가총액 가중 S&P 500의 괴리를 함께 살피면 시장의 건강성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생산성 향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민간신용 시장 위축으로 금융사 주가가 급락한 점도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대형 기술주, 위기 속 피신처로… "AI 성장세는 현재 진행형"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잔 전략가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대형 기술주를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마하잔 전략가는 "대형 기술주들은 재무 구조가 탄탄해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상대적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AI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도 기술주는 포트폴리오의 핵심축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주 경쟁이 이 맥락과 맞닿는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수요가 유지되는 한 HBM 납품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유가 충격이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결정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국내 반도체 수출 전선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투자자가 지금 당장 살펴야 할 체크포인트
지금의 시장은 '유가 충격'이라는 암초를 만난 경제 기초 체력과 낮아진 주가 사이의 힘겨루기 구간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아래 세 가지 지표를 함께 살피며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S&P 500 200일 이동평균선(약 6624포인트)이다. 이 선을 확실히 회복하기 전까지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회복 후 10% 이내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100달러·150달러 기준선이다. 100달러 돌파 시 침체 확률 15%, 150달러 돌파 시 30%로 급등한다는 점을 감안해 유가 동향을 주 단위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연준 금리 선물 시장의 금리 인하 시점 반영 여부다. 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대형 기술주 중심의 반등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인하 기대가 후퇴할수록 PER 추가 압축 위험이 크다.
월가에서 연말 S&P 500 목표치 7700선을 제시하는 전망이 유효하려면, 이 세 가지 변수가 모두 우호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시장이 두 갈래 길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결국 이란 전쟁의 향방과 그것이 만들어낼 유가·금리·이익의 3각 방정식이 결정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