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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36조 규모 경제 협력... 프라보워-일본, '반도체·에너지' 동맹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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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36조 규모 경제 협력... 프라보워-일본, '반도체·에너지' 동맹 구축

도쿄서 236억 달러 규모 10개 MOU 체결... 동남아 공급망 재편 전망
에너지 전환·첨단 기술 협력 가속화,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 영향 분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31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31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자원 강국을 넘어 글로벌 첨단 산업의 핵심 기지로 도약하기 위한 대규모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일본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관계가 단순한 경제 원조를 넘어 반도체, 인공지능(AI), 탈탄소 기술을 아우르는 ‘전략적 첨단 동맹’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콤파스(Kompas.com)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양국 기업은 총 236억3000만 달러(한화 약 36조100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10건을 체결했다.

이번 합의는 프라보워 정부가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CCU’와 ‘가스전 개발’ 본격화


이번 협력의 가장 큰 줄기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자원 고도화(Hilirisasi)’ 전략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탄소 저감과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다. 인도네시아 국영 비료사 푸푸 칼리만탄 티무르(PT Pupuk Kalimantan Timur)와 일본의 칼티무 메탄올 인더스트리(KMI)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메탄올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탄소 배출 규제를 넘어 실질적인 ‘탄소 활용(CCU)’ 기술을 상업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강력한 파트너십이 구축됐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가스공사 페르타미나(Pertamina)는 일본 최대 석유 시추 기업인 인펙스(INPEX)와 손잡고 '심해의 보물'로 불리는 마셀라(Masela) 블록 아바디 가스전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동남아시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의 주도권을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쥐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K-산업 공급망 영향과 한국의 대응 과제

이번 ‘일-인니 밀월’은 한국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일본이 반도체 설계와 AI 생태계 이전을 약속하며 인도네시아를 새로운 우회 생산 기지로 점찍음에 따라, 그간 한국이 주도해온 아세안 내 첨단 산업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이 금융 지원과 기술 이전을 하나로 묶은 ‘올 재팬(All Japan)’ 패키지로 인도네시아의 산업 고도화 욕구를 공략한 점은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과 산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단순한 제조 공장 설립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우위에 있는 수소 에너지 및 원자력(SMR) 기술을 자원 개발 현장에 접목하는 ‘그린 공급망’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는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토대로 민관 합동 금융 패키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공세에 맞서 한국만의 디지털 전환(DX) 역량과 실행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세안 시장 사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AI 공급망 편입... ‘포스트 차이나’ 가속도


첨단 제조 분야에서의 확전도 주목할 변화다. 인도네시아의 에블로 테크놀로지(PT Eblo Teknologi Indonesia)와 일본 하야시 킨조쿠(Hayashi Kinzoku)는 전자 칩 설계 및 제조,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저임금 노동력 중심의 제조업에 머물렀던 인도네시아가 반도체 후공정과 설계 분야로 진입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새로운 반도체 우회 생산 및 설계 거점으로 점찍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과 항공 산업의 결합도 구체화됐다. 인도네시아의 신설 국영 투자 지주사 다난타라(Danantara)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및 SMBC 에비에이션 캐피털과 항공기 리스 펀드 조성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이는 관광 수요 회복을 금융 수익으로 연결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움직임이다.

글로벌 ‘게임 체인저’ 부상과 향후 전망


이번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경제 협력은 동남아시아 경제 지형을 재편하는 확실한 신호탄이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현재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 '다각화된 파트너십'을 구축 중"이라며 "프라보워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외자 유치 사이에서 어떤 정책적 균형을 유지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자본의 추가 유입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쿄에서 울려 퍼진 이번 경제 협력 소식은 자원 민족주의의 파고 속에서 첨단 기술이라는 방패를 든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경제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기업들 역시 일본의 치밀한 패키지 공세에 대응해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입체적인 현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할 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