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후 홍해 경유 원유 수송 급증… 3월 물량 90%가 아시아행
후티 반군 위협에 ‘희망봉 우회’ 시 물류비 폭등 불가피… 신흥국 비축량 바닥 경고
후티 반군 위협에 ‘희망봉 우회’ 시 물류비 폭등 불가피… 신흥국 비축량 바닥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를 우회해 홍해로 향하던 원유 수송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이 지역을 장악한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폭등과 공급 중단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아시아로 향하는 에너지 동맥이 사실상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 호르무즈 피해 선택한 ‘플랜 B’… 바브엘만데브 의존도 심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이후, 중동 원유를 아시아로 보내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원자재 데이터 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3월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한 원유는 하루 4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이는 한 달 전 300만 배럴에서 33% 급증한 수치이며,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다.
3월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의 90% 이상이 아시아 국가로 향했다. 중국과 인도가 최대 수혜국이었으며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도 이 경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쪽 유전에서 홍해 연안의 수출 시설까지 연결된 1200km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을 풀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700만 배럴까지 수송 가능한 이 파이프라인은 현재 호르무즈 봉쇄를 피하는 핵심 통로가 됐다.
◇ 후티 반군의 입에 걸린 ‘슬픔의 문’… 우회 시 물류 대란
‘슬픔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폭이 32km에 불과해 예멘 후티 반군의 사정권 안에 있다.
바브엘만데브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아시아까지의 항해 시간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약 50일이 소요된다. 이는 운송 요금 상승과 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져 최종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들은 안전 문제로 이 해협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의 LNG 운반선은 머나먼 희망봉 경로를 택하고 있어, 아시아 내 가스 수급 불균형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 신흥국 비축량 바닥… “에너지 배급제 검토 단계”
위기의 파고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에 따라 불균등하게 덮치고 있다.
일본, 중국, 한국은 수개월 치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해 버티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등은 비축량이 30일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리핀은 이미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대응에 나섰다.
BMI의 대런 테이 책임자는 “에너지 배급제를 통해 위기를 넘긴다 해도 이미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유가 폭등에 따른 ‘수요 파괴’가 아시아 전역의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하루 1000만 배럴 규모의 잠재적 공급 중단 리스크를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 한국 에너지 업계에 주는 시사점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받으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이 극명히 드러났다. 미국, 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의 원유 수입 비중을 즉각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단계별 에너지 배급 및 가격 안정화 대책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여 해상 보안 작전에 참여하거나, 물류비 급등에 직면한 국내 수출 기업들을 위한 운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