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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바이오 기업 ‘레드칩 상장’ 정조준… 해외자본 유입 차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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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바이오 기업 ‘레드칩 상장’ 정조준… 해외자본 유입 차단 우려

증권당국(CSRC), 민감 산업 역외 지주사 설립 억제… 본토 법인 상장 유도
외환 규제 및 투자 절차 소명 요구 강화… 홍콩 IPO 대기 기업들 ‘발동동’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과 생명공학(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해외 상장 통로인 ‘레드칩(Red-chip) 구조’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과 생명공학(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해외 상장 통로인 ‘레드칩(Red-chip) 구조’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과 생명공학(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해외 상장 통로인 ‘레드칩(Red-chip) 구조’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민감한 산업 분야의 자산이 규제 감시망을 벗어나 해외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로 인해 미국 달러 표시 펀드의 중국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최근 역외 지주회사를 통한 홍콩 및 해외 상장 신청 기업들에 대해 전례 없는 수준의 정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레드칩’ 구조 옥죄기… “본토 법인으로 다시 짜라”


중국 규제 당국은 케이먼 제도 등에 지주사를 세우고 본토 자산을 통제하는 기존의 ‘레드칩’ 방식을 지양하고, 본토 법인이 직접 발행하는 H주 형태의 상장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역외 구조가 민감한 산업에 대한 국가적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자산 매각이나 이전 과정에서 규제를 회피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CSRC는 최근 상장 신청을 한 기업들에 외환 계약 및 해외 투자 절차 준수 여부를 입증하는 상세 보고서를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규제 당국의 승인 없이는 해외로 자본을 빼나가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라우 JP모건 아태지역 투자은행 부회장은 "CSRC의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홍콩 IPO 시장의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 유치의 유연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인공지능 신약부터 신선식품까지… 규제 직격탄 맞은 기업들


최근 CSRC는 홍콩 상장을 준비 중인 주요 기술 기업들에 보충 서류 제출을 명령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AI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엑제네시스 바이오(Exegenesis Bio)는 지난 1월 상장을 신청했으나, 중국의 '인간 유전자 자원 관리 규정' 준수 여부를 명확히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생명공학 데이터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데이터 기반 의료 솔루션 업체인 파미예스 케이맨(Pharmeyes Cayman)은 자산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외로 이전되었는지에 대해 소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선식품 소매체인인 쿠다마 인터내셔널(Qdama International)은 해외 사모펀드를 통한 최종 투자자의 실체를 밝히라는 지시를 받았다.

◇ 투자비용 증가와 외환 리스크… “달러 펀드 이탈할 것”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레드칩 구조에 투자한 달러 펀드들은 구조를 해체하고 중국 내 법인에 재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행정 절차와 외환 변동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레드칩 구조는 해외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용이했으나, 본토 법인 체제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이 제약을 받게 된다.

국제 로펌 쿨리(Cooley)의 마이클 유 파트너는 "케이먼 법인 대신 중국 본토 법인에 직접 투자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절차가 수반되어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 벤처캐피탈(VC)과 기술 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 기술·바이오 기업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당 기업의 상장 구조 변화에 따른 회수(Exit) 전략을 긴급히 재수립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규제 강화로 홍콩 상장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한국 코스닥(KOSDAQ) 등 글로벌 상장 통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권업계는 우량한 중국 기술주 유치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유전자 정보나 민감 데이터의 국외 반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여 불필요한 규제 리스크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