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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지역 최대 알루미늄 업체, 불가항력 선언… 글로벌 공급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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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지역 최대 알루미늄 업체, 불가항력 선언… 글로벌 공급망 '비상'

세계 최대 규모 알 타윌라 제련소 피격으로 연간 160만 톤 생산 차질 직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자력 자재 수급난 가중… 글로벌 공급망 비상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가격 급등, 가전·자동차 산업 연쇄 타격 우려
이란 친정부 세력이 시위 도중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친정부 세력이 시위 도중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최대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이 최근 발생한 군사 충돌 여파로 주요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핵심 축인 걸프 지역 생산 시설이 직접 타격을 입으면서, 가전과 자동차 등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전방 산업 전반에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이라는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는 모양새다.

EGA 측은 1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예상치 못한 군사 공격으로 시설 일부가 파괴되어 정상적인 제품 생산과 인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객사들과 맺은 일부 인도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했다"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칼리파 경제구역에 자리 잡은 EGA의 핵심 생산 거점인 '알 타위라(Al Taweelah)' 제련소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여파로 분석된다.
알 타위라 제련소는 2025년 기준 연간 160만 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제련 시설이다. 업체 관계자는 시설의 완전한 정상화까지 최장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단순한 설비 수리를 넘어 정밀 공정 재구축이 필요한 수준임을 뜻한다.

요동치는 국제 원자재 시장… "공급 절벽 현실화"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의 약 9%를 담당한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봉쇄로 인해 운송에 어려움을 겪던 시장에 이번 생산 중단 소식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보도 직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한 원자재 분석 전문가는 에너지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걸프 지역 알루미늄은 품질이 우수해 자동차 휠이나 항공기 부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로 쓰인다"라며 "EGA의 생산 공백은 대체 공급선을 찾기 어려운 분야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바레인의 알루미늄 바레인(Alba)과 카타르의 카탈룸(Qatalum) 등 인근 생산 기지들도 해상 운송로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어 지역 전체의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내 산업계도 사정권… 원가 부담 가중

국내 산업계 역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알루미늄은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와 경량화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업계와 알루미늄 캔, 건축 자재를 다루는 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알루미늄 가격이 톤당 10% 상승할 때마다 완제품 제조 원가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라며 "수입선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단기적 여파 아냐...원자재 공급망 근본적 재편 오나


전문가들은 이번 불가항력 선언이 단기적인 해프닝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생산 시설이라는 실물 자산을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원자재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각 정부와 기업이 특정 지역에 치우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 알루미늄 확보 등 자원 선순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번과 같은 외부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전체 경제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