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3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DIGITIMES)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전기차 전환의 강력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비야디(BYD),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이 2만5000유로(약 4350만 원) 미만의 보급형 모델을 쏟아내며 그간 걸림돌이었던 '가격 장벽'을 허문 것이 결정적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휘발유 2000원 시대… "기름값 무서워 전기차·하이브리드 산다"
중동발 위기의 충격파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13일 기준 서울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고, 두바이유가 배럴당 12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의 선택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6332대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56.2% 폭증했다. 기아는 1분기에만 3만4303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우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현대차 역시 하이브리드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유가로 인한 유지비 부담이 이른바 '캐즘(수요 정체)' 구간에 갇혔던 친환경차 시장을 강제로 열어젖힌 셈이다.
전 테슬라 경영진 제프 허스트는 "유가 변동성이 구조적 특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기차 구매는 이제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 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는 가장 합리적인 헤지(위험 분산) 수단이 됐다"고 분석한다.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영토 확장… 뒷걸음질 치는 서구 완성차
에너지 위기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업체들이다. 지난 3월 BYD의 수출은 전년 대비 65%, 지리(Geely)는 120% 폭증하며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태국 방콕 모터쇼에서 전기차 예약 물량이 71%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중심에는 중국 브랜드가 있었다. 중국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수출은 지난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의 수요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반면, 인프라 부족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췄던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드 등 일부 기업은 높은 생산 단가와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중국의 가격 공세에 속무책으로 노출된 상태다. 독일의 중고차 플랫폼 '모바일.데'에서 전기차 검색량이 3배 급증하는 등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이 수요를 받아낼 저가형 라인업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서구권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유럽 국가들이 연료 보조금과 세금 감면으로 충격을 완화하면서 전기차 전환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부족한 급속 충전 인프라와 경제적 불확실성도 발목을 잡았다.
시장의 판도를 가를 3대 관전 포인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단순히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기술 경쟁의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안보가 얽힌 복합 고차방정식이다. 향후 시장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주시해야 한다.
첫째, 국제 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선 유지 여부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고착화할수록 전기차의 상대적인 유지비 우위는 커진다. 이는 망설이던 내연기관 차주들을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둘째, 주요국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장벽 수위다. 미국이 이미 빗장을 걸어 잠근 가운데, 유럽연합(EU) 등의 추가 관세 부과 여부는 글로벌 점유율 지형을 바꿀 분수령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공습을 각국이 어떤 강도로 제어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갈린다.
셋째, 2만 5000달러 미만 보급형 신차의 양산 속도다. 정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가격으로 맞붙을 수 있는 '실질적 가격 평준화' 모델이 얼마나 빨리 시장에 풀리느냐가 대중화의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최후의 승자는 기술력을 넘어 에너지 불확실성이라는 파도를 탈 준비가 된 기업의 몫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