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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부인 ‘행복 루틴’ 논란… 부의 양극화 속 공감 결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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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부인 ‘행복 루틴’ 논란… 부의 양극화 속 공감 결여 지적

3380억 저택서 쓴 감사 목록, 아마존 노동자 처우와 대비되며 여론 역풍
조회수 노린 NYT의 ‘분노 유발’ 보도, 저널리즘 신뢰도 하락 우려 증폭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부인 로런 산체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부인 로런 산체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부인 로런 산체스의 일상이 공개된 후, 초부유층의 ‘공감 불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자산 양극화와 고물가에 신음하는 대중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억만장자의 화려한 삶을 ‘행복 지침서’로 포장한 언론의 상업주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게재한 산체스의 프로필 기사가 대중의 거센 분노를 자아내며 이른바 ‘레이지 베이팅(Rage-baiting·분노 유발)’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와 외신 분석을 종합한 결과,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 현대 언론의 수익 구조가 낳은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3380억 저택의 ‘감사’와 5880만 원 노동자의 ‘상실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베이조스 부부는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3380억 원) 규모의 저택에서 매일 아침 ‘감사 목록’을 작성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해당 매체는 산체스가 초부유층들에게 “더는 사과하지 말고 삶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즉각 거센 여론의 정조준을 받았다. 무엇보다 부의 원천인 아마존 노동자들의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모습이 공분을 샀다.

실제로 아마존이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 현장 노동자의 연간 중간 보수는 약 4만 달러(약 588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체스가 아침을 맞이하는 저택 한 채의 가치가 노동자 5800여 명의 연봉을 합친 금액과 맞먹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적 괴리는 대중의 박탈감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Thread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마존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땀 흘려 일구어낸 부를 기반으로 누리는 사치를, 마치 개인의 고결한 ‘행복 습관’인 양 둔갑시키는 것은 대중을 모욕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는 단순한 시기심을 넘어, 자산 형성 과정의 정당성과 분배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분노’를 상품화하는 언론… ‘레이지 베이팅’의 명암


이번 논란의 또 다른 축은 뉴욕타임스의 보도 전략이다. 독자들은 해당 매체가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해 대중의 분노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올리는 ‘레이지 베이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최근 백인 여성이 중국 게임인 마작을 즐기는 것을 유행처럼 보도하거나, 지난해 11월 "여성이 직장을 망쳤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제목을 수정한 적이 있다.

패스트컴퍼니는 알고리즘 기반의 미디어 환경에서 ‘증오 섞인 공유’는 긍정적인 정보 공유보다 훨씬 빠른 전파력을 가진다고 짚으며,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본질보다는 단기적인 클릭 수에 매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구글의 ‘유익한 콘텐츠(Helpful Content)’ 업데이트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글 검색 엔진은 단순 논란을 양산하는 기사보다 독자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분석기사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계에서도 재벌 가문의 일상 공개가 자산 불평등에 따른 박탈감을 자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미디어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 없는 행복론, 미디어 리터러시의 시험대 될 것


베이조스 부부의 사례는 부(富)의 축적만큼이나 부를 사회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현대의 대중은 더 이상 초부유층의 삶을 동경의 대상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윤리성과 노동의 가치를 묻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미디어 지형은 자극적인 분노 유발 기사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심층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독자들이 언론의 의도를 꿰뚫어 보기 시작하면서, 진정성 없는 ‘행복 마케팅’은 결국 매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이 트래픽이라는 유혹을 이겨내고 공적 책임을 다할 때, 구글 알고리즘과 독자 모두의 선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베이조스 부부의 ‘감사 목록’ 논란은 오늘날 언론이 회복해야 할 진정한 ‘공감’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