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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re-turn vol. 2 - 고래왈츠', 자연의 복원을 함께하는 인간성 회복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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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re-turn vol. 2 - 고래왈츠', 자연의 복원을 함께하는 인간성 회복의 대장정

정경화 대본·안무·연출·출연의 한국창작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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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4월 4일 여섯 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정경화 류 프로젝트’(예술감독 정경화) 주최·주관, 숨무용단·김숙자춤보존회·성신여자대학교 후원, 정경화 대본·안무·연출·출연의 한국창작무용 're-turn vol. 2'가 1부 '까마귀 탱고Ⅱ', 2부 '고래왈츠'로 나뉘어 공연되었다. 're-turn vol. 2'는 인간의 자연 파괴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연과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회복의 여정을 담는다. '고래왈츠'는 서사구조를 유지하며, 자연의 복원을 희구하는 인간의 태도를 다룬다.

'고래왈츠'는 자연과 인간의 고통과 어둠의 절망적 시간을 서로의 운명적 존재로 여기며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증명한다. '고래왈츠'는 자연 회복의 희망적 서사이자 ‘인간 회복을 향한 몸의 선언’이다. 재창조되는 인류의 첫 순간의 시작점은 오늘의 지금이며, 매 순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여전히 공존한다. 삶이 지닌 경이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이 순간에도 함께 숨 쉬며 영속한다. 심리적 추락과 붕괴의 경험은 진정한 경외에 이를 수 있다.

'고래왈츠'는 바다와 고래, 별과 흰 돛단배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불멸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검푸른 바다에서도 고래가 노래하듯, 인간은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선택하는 존재임을 부드럽고 지속적인 신체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에서 희망은 거대한 구원이 아니라 서로를 놓지 않겠다는 작은 선택, 끝내 항로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로 존재한다. 고래의 움직임은 자연의 호흡이며, 흰 돛단배는 인간이 다시 나아가기로 결단한 삶의 방향이다.

'고래왈츠'에서 고래는 희망, 별은 나아갈 방향, 검은 기름띠는 인간이 만들어낸 부정과 상처, 흰 돛은 절망 속에서도 방향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선택을 상징한다. '고래왈츠'는 고래가 다시 완전한 노래를 부르는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 입은 몸으로도 숨을 이어가는 고래의 왈츠로 희망을 지켜내는 과정임을 알린다. 정경화의 '고래왈츠'(Whale Waltz)는 시적 서사로 장엄을 일군다. 고래와 별의 이야기는 희망으로 와닿는다.
"바다는 처음부터 푸르지 않았다. 그저 깊은숨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을 뿐이다. 그 숨의 한가운데 고래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희망처럼. 밤이 오면 고래는 별을 올려다본다. 닿을 수 없어도 별은 방향이 된다. 그러나 바다 위로 검은 기름띠가 지나가고 별의 흔적은 흐려진다. 희망은 무거워지고 노래는 잠긴다. 그때, 기름 위로 작은 흰 돛단배 하나가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바다를 정복하지 않고 별이 남긴 빛을 따라. 부서진 별빛은 다시 고래의 몸에 머물고 숨은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고래를 위하여 별을 지키려 한다. 그가 다시 노래할 수 있도록."(정경화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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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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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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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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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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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고래왈츠'는 제1장 ‘숨 쉬는 바다’, 제2장 ‘고래왈츠’, 제3장 ‘별, 방향이 되다,’ 제4장 ‘검은 선’, 제5장 ‘침묵의 깊이’, 제6장 ‘흰 돛’, 제7장 ‘다시 숨, 다시 노래’로 구성된다. '고래왈츠'의 핵심 서사는 “존재가 어떻게 숨 쉬는가?”이다. 자연은 주체이며, 인간은 관찰자로 선택의 책임을 지는 존재로 이동한다. 이 작품은 회복을 결과로 제시하지 않고, 회복하려는 태도 자체를 서사의 끝으로 남긴다. '고래왈츠'는 정서의 고조보다 밀도에 집중한다.

이미지의 상징적 기능을 구체화하면 바다는 시간과 호흡의 총합이다. 모든 생명의 조건이 되는 공간으로써 바다는 인간보다 오래 존재한 비인격적 생명이다. 고래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인간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로 존재한다. 별은 닿을 수 없는 방향성이다. 계속 바라봐야 할 좌표로 기능한다. 기름띠는 무심한 파괴의 형상이다. 인간의 무관심이 남기는 흔적이다. 흰 돛은 희망을 선택하는 태도이다. 영웅적 존재가 아니라 아주 작은 윤리적 결단이다.

'고래왈츠'의 서사, ’물과 뭍의 경계‘에 이르러 ‘고통 앞에서 회피할 것인가? 무너지더라도 끝까지 직면할 것인가?’라는 명제 앞에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가는 인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양심의 울림이 다가온다. 질문은 시각화하여 바다와 육지 사이, 그 경계의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찬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통, 피하기만 할 것인가, 허물어지는 모래사장 위에서도 숨 쉬며 버티고 설 것인가?” 경계의 이미지는 바다로 향하다 심해로 침잠한다.

'고래왈츠'에서 안무가 정경화는 인간의 자연 묘사에서 자연을 흉내 내지 않고, 자연 앞에서 인간의 태도를 보이며 반응한다. 이 작품은 자연을 주제로 하지 않고, 자연 앞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정렬한다. 이 작품에서 희망은 빛나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원리를 신체에 적용한다. 직선 대신 곡선, 단절 대신 순환, 상승 대신 흐름, 지배 대신 공존에 이르는 선택은 인간을 자연 위에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 속에 포함된 존재임을 표현한다.

'고래왈츠'의 무대는 네 개의 봉(棒)에서 내려오는 하얀 조각보의 연결선들이 장면전환과 함께 미디어아트의 효과를 끌어올리며, 시공간의 복합적 표현, 존재나 감정의 추상적 표현 등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심해와 파도를 이미지화한 1~2장, 6~7장은 무대를 확장된 상태로 깊이감과 시각적 효과를 크게 하며, 3~5장까지는 뒷 막을 내려 수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별 길, 검은 기름띠 등의 장면을 부각하기 위해 어둠에서 존재감을 집중시키는 공간을 연출하였다.

'고래왈츠'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고래의 모습을 계속 시각적으로 보인다. 작품의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맞춰 조명은 아름다운 별, 점점 퍼지는 검은 기름을 상징하는 빛의 침범, 다시 따듯한 빛으로 흰 돛단배를 표현했다. 장면마다 메인 색감을 정했고 까마귀 탱고Ⅱ 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색감을 활용하였다. 고요하고 어두운 푸른 고래의 공간이 검고 붉은 기름이 침범하고, 다시 따듯하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빛이 마무리하면서 함께 그림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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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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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음악은 ‘고래의 왈츠’ 같은 경쾌한 춤곡의 틀을 깨트리는 반전 미학이 돋보인다. ‘고래’라는 거대 생명체의 숭고함과 심해의 신비로운 정취를 영상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총 7장(움직임)의 대작은 영화적 오케스트레이션이 주를 이룬다. 제목과 달리 곡 전반에 흐르는 웅장하고 깊은 울림은 심해를 유영하는 고래의 느릿하면서도 압도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한다. 왈츠의 형식을 빌려 신비로운 고독감과 거대한 서사는 관객에게 공간적 경험을 선사한다.

'고래왈츠'는 시종이 변화된 상태로 이어지는 순환적 구조로 구성된다. 공간은 확장되고 중심으로 흡수된다. 흐름의 공유 바탕의 군무는 연결된 다양성을 소지한 채, 이합집산하며 바다의 움직임과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의상에서도 자연의 흐름과 순환이 반영되며 천연 질감의 화이트 주조의 색채로 곡선적 실루엣을 살린다. 기본 의상 위에 단계를 추가하고 제거한 상태의 변화로 읽히도록 상징 요소를 더하면서 회복, 순환, 흐름이라는 작품의 주제성을 살린다.

're-turn vol. 2'의 영상은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re:turn-회복하다”가 제시하는 ‘심리적 판타지와 공간의 확장’에 걸친 작품은 ‘절규’(까마귀 탱고Ⅱ)와 ‘거대한 희망’(고래왈츠)이라는 두 가지였다. 상반된 두 이미지를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하기 위한 ‘뭍과 물의 경계’라는 매개적 이미지가 쓰였다. 주된 영상은 무용수의 내적, 심리적 신체 표현의 확장에 중심을 두었다. 환경 파괴, 절규 등의 절박함은 ‘절벽의 끝’,‘메마른 나뭇가지‘ 등의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까마귀 탱고Ⅱ'에서 붉은 천 위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무용수들의 감정을 혼돈의 이미지 영상과 불규칙한 분자로 시각화하여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을 심리적 판타지의 영역으로 탈바꿈시켰다. '고래왈츠'는 무대장치 등의 협업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형상화했다. 무대 위, 크고 작은 오브제에 영상이라는 빛이 비치는 순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심해 속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고래의 존재가 드러나며, 그가 품은 희망의 불빛”이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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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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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안무·연출의 '고래왈츠'

희망의 빛은 어두운 바다 깊은 곳으로부터 수면 위로 떠 올라 하늘의 별에 닿고, 작은 흰 돛단배까지 이어진다. 그 빛이 파장처럼 퍼져나가는 찰나는 노을로 형상화되었다. ‘노을은 저무는 것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빛’의 상징이었다. 안무가는 “석양. 그 빛이 내일의 희망을 품은 뜨거운 심장처럼 붉게 타오른다. 차분해진 바다 위, 희망이라는 하얀 돛을 단 배는 내일의 빛을 품은 태양이 열어놓은 석양의 길을 따라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라는 소감을 남긴다.

정경화 안무·연출의 're-turn vol. 2'는 자연의 복원이라는 원초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인간 본래의 선함과 자유성 회복’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까마귀와 고래를 주인공으로 삼아 환경 파괴에 대한 고발과 복원에 대해 인간 본성에 호소하는 도덕적 태도는 존중의 좌표가 된다. 환경 단체와 기관이 관심을 두어야 할 예술적 작업 가운데에서 무용이 그 역할을 해낸 것이다. 정경화의 춤은 자연을 향해 자신을 내 던진다. 이미지는 상징이 되었다.

(출연진 : 무용수 19명(인간 : 정경화, 고래 : 이예은, 별(3명) : 최지윤·이소연·현수연, 검은선 듀엣 : 안현수·김세원, 흰돛(5명) : 안현수·김세원·박수아·최세희·신서정), 주인공 1명·주요무용수 8명외 군무진)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제공: 정경화 류 프로젝트·사진ⓒ송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