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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1경9000조 원 '테라팹' 승부수, 삼성전자 파트너인가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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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1경9000조 원 '테라팹' 승부수, 삼성전자 파트너인가 적인가

연 1TW급 AI 칩 생산 목표… 2029년 양산 위해 장비사에 "광속 대응" 주문
도쿄일렉트론 주가 6% 급등… 실현 가능성 가를 핵심 변수 3가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으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거대한 파고를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으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거대한 파고를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으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거대한 파고를 예고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 산업을 뒷받침할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며, 삼성전자와 글로벌 장비사들을 향해 "광속으로 대응하라"는 전례 없는 주문을 쏟아냈다.

블룸버그통신은 16(현지시각) 머스크의 테라팹 팀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도쿄일렉트론(TEL), 램리서치 등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사와 접촉해 장비 견적과 인도 시기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단순한 칩 설계를 넘어 직접 제조(Foundry) 영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반도체 '수퍼을' 장비사에 쏟아진 머스크의 '특급 주문'


머스크의 이번 행보는 기존 반도체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테라팹 팀은 장비사들에 상세 사양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금요일에 요청한 견적을 월요일까지 내놓으라"는 식의 초단기 대응을 요구했다.

핵심은 공급망 직접 장악과 프리미엄 전략이다. 테라팹 팀은 포토마스크, 기판, 식각(Etcher), 증착(Depositor), 세정 장비 등 반도체 제조 전 공정 장비의 견적을 일괄 요청했다. 특히 우선순위 공급을 조건으로 제시된 견적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머스크는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 물량 할당을 역제안했으나, 머스크는 텍사스 오스틴에 월 3000장 규모의 시범 생산 라인(Pilot Line)을 직접 구축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도쿄 증시에서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6% 이상 급등했고, 어드반테스트와 스크린홀딩스 등 주요 장비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19000조 원의 도박인가, AI 시대의 필연인가


머스크가 내건 목표는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가 보유한 컴퓨팅 용량을 압도하는 수치다. 번스타인(Bernstein) 등 주요 투자은행(IB) 분석가들은 이 구상을 실현하는 데 최소 5조 달러(7364조 원)에서 최대 13조 달러(1914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광속' 주문이 AI 칩 부족 사태에 따른 고육책이자 전략적 승부수라고 분석한다.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들이 올해만 6500억 달러(957조 원)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어 메모리와 가속기 수급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메이드 인 USA' 칩 자급체제를 구축해 xAI와 옵티머스 로봇의 경쟁력을 독점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제조는 나노 단위의 미세 공정 제어가 필수적인 '장치 산업의 꽃'이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9년 양산이라는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라팹 성패 가를 3대 변수… 삼성·ASML·장비 수주 주목


머스크의 테라팹 구상이 한국 반도체 생태계와 개인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핵심은 세 가지 지표로 압축된다.

첫째, 삼성전자의 포지셔닝이다. 머스크가 삼성을 단순 고객사로 활용하느냐, 아니면 설비 인프라를 공유하는 제조 파트너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가 달라진다. 완전한 경쟁 구도로 전환될 경우 삼성으로서는 최대 잠재 위협이 된다.

둘째, ASML과의 접촉 여부다. 초미세 공정의 필수 관문인 EUV 장비 확보 소식이 구체화된다면 테라팹의 실현 가능성은 단숨에 '구상'에서 '현실'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셋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쿄일렉트론 등 핵심 장비사의 수주 잔고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라팹 관련 확정 수주가 포착되는 순간이 투자 판단의 실질적 분기점이 된다.

머스크는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현실로 바꿔온 전례가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물리적 한계와 천문학적 자본이 맞물린 가장 가혹한 전장이다. 테라팹이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자본만 삼키는 블랙홀로 끝날지는 향후 2~3년간의 공급망 구축 속도가 판가름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