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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 이길 수 없어도 끝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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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 이길 수 없어도 끝낼 수 없는 이유

에너지 수입 45% 급감, 1분기 재정적자 연간 목표 이미 초과
병력 손실 131만 명…군사·경제·인구 3중 위기 동시 진행
승리 포기한 크렘린, 소모전·테러 전술로 전환 가속 우려
푸틴 대통령이 체제의 '무결성 신화' 붕괴를 우려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깊이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푸틴 대통령이 체제의 '무결성 신화' 붕괴를 우려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깊이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4년이 지난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적 승리 대신 체제 유지를 위한 '명분 있는 타협'을 사실상 최우선 목표로 삼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온라인 매체 t-online은 지난 17일(현지시각) 패트릭 디크만 기자의 심층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군사·경제·인구 세 분야에서 전례 없는 출혈을 겪으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체제의 '무결성 신화' 붕괴를 우려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깊이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131만 명 손실·전선 교착…축소되는 전쟁 목표


우크라이나 군은 2026년 4월 17일 현재 러시아군 누적 병력 피해를 131만 6070명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BBC 러시아와 독립 매체 메디아조나(Mediazona)가 2026년 4월 17일 기준 실명으로 확인한 러시아 군인 전사자는 21만 2188명에 달한다.

BBC는 실제 전사자 수가 31만 9000명에서 최대 46만 1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2026년 4월 3일 기준). 서방의 다수 추산을 종합하면 사망·부상·실종을 합산한 총 손실은 약 120만 명에 달한다는 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블룸버그 등의 일치된 시각이다.

여기에 징집 기피를 이유로 출국한 수십만 명까지 더하면, 전쟁 이전부터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던 러시아에 구조적 장기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선에서도 대규모 돌파구는 열리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최근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분쟁은 이제 불과 몇 킬로미터 차이"라며 "행정 경계선에 도달하면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화해온 루한스크·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 4개 주 완전 장악 요구와는 크게 후퇴한 발언으로, 전쟁 목표가 전선 현실에 맞게 조정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네츠크 주 완전 장악을 위해서는 슬로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콘스탄티니우카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요새 벨트를 돌파해야 하는데, t-online은 이를 달성하는 데 수년이 더 필요하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수입 45% 급감·1분기 적자 연간 목표 이미 초과

러시아 재무부가 2026년 4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5.4% 급감해 1조 4400억 루블(약 27조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예산 수입은 8.2% 줄어든 반면 국방 지출을 포함한 재정 지출은 17% 늘어 12조 8900억 루블에 달했다. 그 결과 1분기 재정적자는 4조 5760억 루블(약 88조 3625억 원)로 불어났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2026년 한 해 전체 적자 목표로 설정한 3조 7860억 루블(약 466억 달러·약 73조 1070억 원)을 3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수입 급감의 핵심 원인은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에너지 수출 인프라 타격이다. 메두자에 따르면 2026년 3월에는 러시아 원유 수출 능력의 최대 40%가 마비됐다가 4월 초에는 20%로 줄었다.

노보로시스크와 우스트-루가 등 핵심 수출항이 반복 공격을 받으면서 수출 물량 자체가 감소한 탓에, 최근 이란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일시 반등했어도 러시아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념이 출구를 막는 구조…약해질수록 더 위험해지는 역설


t-online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군사적 여건 때문만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이 전쟁을 '러시아의 역사적 사명'이자 '서방에 맞선 불가피한 투쟁'으로 내부에 각인시켜왔다.

전쟁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체제의 무결성 신화가 무너지고 내부 권력 투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활절 기간 휴전 선언이 이를 드러낸다. 실제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을 크렘린궁이 자국 발의인 양 뒤늦게 선점했다고 t-online은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결국 이 휴전도 지키지 않았다.

약화된 러시아가 오히려 더 위험한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선 돌파가 어려워질수록 미사일·드론 공격, 사보타주, 정보전이 대안 전술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크렘린궁은 서방의 내부 분열과 미국의 유럽 이탈 기조 심화를 기대하며 시간 끌기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경제적 압박만으로 푸틴 대통령을 빠르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쟁의 부담이 쌓일수록 크렘린궁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겠지만, 그 좁아진 공간에서 더 거칠고 무모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