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체화지능 로봇이 초고압 송전선·변전소 점검·유지보수 전면 담당… 전력 인프라 자동화 원년
미·중 에너지 패권 경쟁 심화 속 '값싸고 안정적 전력망'이 AI 시대 新패권 핵심 변수로
미·중 에너지 패권 경쟁 심화 속 '값싸고 안정적 전력망'이 AI 시대 新패권 핵심 변수로
이미지 확대보기AI 시대 에너지 패권을 가를 전력 인프라 경쟁에서 중국이 먼저 결정적인 수를 두고 나섰다.
중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국가전망공사(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가 2026년 한 해에만 인공지능(AI) 구현 로봇, 이른바 '체화지능(體化智能)' 로봇 도입에 68억 위안(약 1조 4700억 원)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 매체 제몐(界面新聞)은 지난 24일(현지시각), 국가전망공사 내부 개발 계획 문서를 근거로 국가전망공사가 올해 로봇 8500여 대를 구매한다고 보도했다.
남방전망(China Southern Power Grid) 등 다른 전력 회사들의 유사한 계획까지 합산하면 업계 전체의 체화지능 투자 규모는 올해 100억 위안(약 2조 161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로봇 개 5000마리가 산악 지형 변전소를 누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규모만이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가 전략의 본질이다. 국가전망공사의 조달 계획은 변전소와 송전선, 산악 지형에 자리한 시설물을 점검하는 데 투입할 로봇 개 5000마리 구매를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빠르게 확장 중인 초고압(UHV) 전력망의 유지보수 같은 고위험 작업을 맡을 휴머노이드 로봇과 쌍팔 로봇도 배치된다.
전체 투자금 중 약 58억 위안(약 1조 2530억 원)은 하드웨어 조달에, 나머지는 연구개발과 인력 교육에 쓰인다.
국가전망공사는 중국 본토 31개 성급 행정구역 가운데 26곳의 전력 인프라를 관리하며, 남방전망은 광둥성을 포함한 5개 남부 지역을 담당한다.
영하 15도에서도 정상 작동하며 원격 제빙이 가능해, 과거 작업자들이 발전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10시간 넘게 직접 탑에 올라 얼음을 깎아내던 방식을 완전히 대체했다.
광둥전망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올해 3월 광둥전망 팀이 칠레를 방문해 현지 파트너와 지능형 변전소 점검 사업 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사족(四足) 점검 로봇을 칠레 원격지 변전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AI 전쟁의 최전선은 전력망… '값싼 전기'가 新패권 변수
이번 로봇 군단 투입은 단순한 자동화 차원을 넘어선다. 중국이 AI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전력을 꼽고 인프라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국가전망공사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 계획 기간 고정자산 투자를 40% 늘려 총 4조 위안(약 864조 7600억 원)을 전력망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풍력·태양광 설비를 약 200기가와트씩 추가해 재생에너지 통합에 유리하고 효율적인 신(新)형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속도도 가파르다. 국가전망공사는 올해 1~2월에만 고정자산 투자 757억 위안(미화 약 110억 달러·약 16조 3650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난 수치다.
투자 재원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전망공사와 남방전망 두 곳은 올해 들어 국내 채권으로만 925억 위안(약 19조 9970억 원)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 9010억 위안에 이어 추가로 쌓아 올린 것이다. 피크 건설 시기인 올해와 내년에는 연간 채권 발행이 1조 5000억 위안을 웃돌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2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중국 AI 모델 호출량이 4조 1200억 토큰에 달해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섰다. 개발자들은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처리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에서 선택한다고 밝혔다.
미국 미시간·버지니아주 전력망 운영사들은 관할 지역 6,700만 명의 전기요금을 2026년에 20~30%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전력 비용이 AI 경쟁력의 직접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국의 안정적 전력망은 그 자체로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화지능, 5개년 계획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심의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 초안은 체화지능을 반도체·바이오 제조·상업 우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0대 미래 산업으로 지정했다. 계획 문서에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이 50차례 넘게 등장한다.
민간 자본도 빠르게 집결하고 있다. 2025년 미국과 중국의 초기 단계 로봇 기업 투자 규모는 유럽의 5~6배에 달했으며, 중국에서만 체화AI 기업 5개사가 각각 2억 1,000만 달러(약 3,100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 선임 이사 페니 첸은 최근 포춘(Fortune)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프라 구축 속도는 대부분의 나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며, 전력망이 그 대표적인 예"라며 "다른 나라들이 AI와 제조업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의 이 같은 우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낙관론만은 아니다. 중국의 송전·배터리 저장 자산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질 시장 개혁의 경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록적인 채권 발행 부담을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