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가 그린 '7일 승전' 시나리오는 실패, 64일째 수렁에 빠진 미국

글로벌이코노믹

AI가 그린 '7일 승전' 시나리오는 실패, 64일째 수렁에 빠진 미국

표적 1만 1000개 때려도 못 끝낸 전쟁… AI ‘치명적 한계’ 드러났다
메이븐 정확도 60%·여학교 168명 사망… K-방산도 윤리 시험대
미국이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단기 결전'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개시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은 개전 24시간 만에 이란 내 표적 1000곳을 타격하며 'AI 전쟁의 데뷔전'으로 불렸다. 그러나 5월 1일 현재 전쟁은 64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코파일럿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단기 결전'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개시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은 개전 24시간 만에 이란 내 표적 1000곳을 타격하며 'AI 전쟁의 데뷔전'으로 불렸다. 그러나 5월 1일 현재 전쟁은 64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코파일럿

미국이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단기 결전'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지난 2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개시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은 개전 24시간 만에 이란 내 표적 1000곳을 타격하며 'AI 전쟁의 데뷔전'으로 불렸다. 그러나 51일 현재 전쟁은 64일째 이어지고 있고,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6달러(원화 약 185700)까지 치솟았다.

AI가 적의 공격 징후를 탐지해 타격하고, 그 피해를 평가하기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군사 작전 절차를 의미하는 살상연쇄(Kill Chain)를 분초 단위로 압축했지만, 이란의 비대칭 저항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아날로그 변수' 앞에서 전략적 종결은 표류하고 있다.

"하메네이까지 제거"AI, 전장의 '설계자'로 부상


알 합투르 연구센터에 따르면, AI'전장의 보조 도구'에서 '전략 설계자'로 격상됐다.
미국 국방부는 팔란티어(Palantir)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을 모든 통합전투사령부에 배치했고, 그 추론 엔진으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했다. 위성 영상·통신 감청·작전 데이터를 실시간 융합해 표적을 식별·우선순위화하는 작업이 수십 시간에서 수 분으로 압축됐다.

알 합투르 연구센터는 4월 분석에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2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Operation Silent Holy City)'AI가 정치·군사적 비용 계산까지 재편한 사례'로 기록했다. 미 국방부는 3월 메이븐을 정식 사업(Programme of Record)으로 지정해 의회 예산을 영구화했고, 군 계정 25000개가 이 시스템에 접속한다.

여학교 168명 사망… 메이븐 정확도 '인간보다 못한 60%'


그러나, 영국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에 따르면, AI 표적화의 그늘은 개전 첫날부터 노출됐다.

228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샤자레 타예베 여학교에 가해진 미군 공습으로 학생 등 168명이 숨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학교가 미군 표적 목록에 올라 있었다고 보도했고, 미 상원 민주당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AI가 표적 선정에 관여했는지' 공식 질의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인용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메이븐의 표적 분류 정확도는 약 60%, 숙련된 인간 분석가의 84%를 밑돈다. 지난 4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사고 데이터베이스는 이를 'AI가 직접 인명 피해를 야기한 사례'로 정식 등재했다.

살상연쇄가 빨라진 만큼 인간 검증 여지는 좁아졌고, 시스템 신뢰성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전환됐다. 다만 팔란티어는 "최종 결정권은 인간 지휘관에게 있다"'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을 방어 기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11초를 다투는 살상연쇄 속에서 인간의 판단력을 마비시킨 뒤, 기술적 오류의 책임을 현장 지휘관에게 전가하는 '면피용 알고리즘'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란 '모기 함대'에 발목… AI 효율성, 호르무즈에서 흔들


CNNCBS 뉴스에 따르면, 이란의 비대칭 보복이 'AI 효율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란은 재래식 군 수뇌부와 중대형 함선이 개전 1주일 만에 사실상 궤멸했지만, 고속정 '모기 함대'와 자폭 드론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단속적으로 차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430일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 공급 차질'로 평가했고, 같은 날 브렌트유는 4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126달러(185700)를 찍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30달러로 4년래 최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짧고 강력한 추가 타격'을 검토 중이라고 악시오스(Axios)430일 전했다.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같은 날 "협상 중에도 두 차례 공격받았다"며 미국에 대한 '완전한 불신'을 선언했다. AI가 산출한 단기 결전 시나리오와 달리, 협상 자체가 깨진 것이다.

K-방산도 시험대… "휴먼 인 더 루프, 법제화 시급"


육군본부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에 따르면, 한국도 'AI 전장'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육군은 429일 계룡대 정책설명회에서 AI·드론·로봇을 결합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전방 경계작전에 실전 배치한다고 밝혔다. 본부에 장성급 '미래전략부' 신설도 검토 중이다. K-방산은 2024년 수출 95억 달러(14조 원)를 기록했지만,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팔란티어 같은 데이터 기업에 부가가치를 빼앗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한국이 미국·중국·러시아·이스라엘과 함께 자율무기체계에 대규모 투자 중인 10개국에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메이븐의 60% 정확도와 미나브 여학교 참사가 보여주듯, 'AI 효율'은 윤리·전략 통제 없이는 외교적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INSS2024년 보고서에서 자율살상무기에 대한 '넥스트 오펜하이머'급 군비통제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휴먼 인 더 루프'(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Loop) 안에 인간이 직접 개입하여 의사결정을 돕고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 원칙도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표적 검증 절차와 책임 소재를 법제화해야 할 시점이다.

실전 결과로 본 'AI 활용 전쟁’ 3대 지표


AI는 표적 11000개를 분 단위로 솎아냈지만, 64일이 지나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메이븐의 표적 분류 정확도 60%, 미나브 여학교 168명 사망, 협상 결렬은 'AI가 그린 단기 결전 시나리오''실전 결과' 사이의 균열을 드러냈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시나리오가 현실의 수렁에 빠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인문적 담론을 넘어 수치화된 종결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검증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① 미국·이스라엘의 일일 표적 타격 수와 이란 군사 능력 무력화 진척도(국방부 브리핑·전략국제문제연구소 추적치) ② 메이븐의 민간 피해 비율과 미 의회·국제기구의 AI 표적화 규제 진행 상황 ③ 팔란티어·앤트로픽 등 방산 AI 기업 주가와 신규 수주 흐름이다.

AI가 설계한 알고리즘 전쟁이 효과적이라면 전쟁은 짧고, 비용은 낮으며, 정치적 후폭풍은 작아야 했다. 그러나 64일째 유가는 4년 최고치, 협상 채널은 닫혔고, 동맹국 전선까지 흔들린다. 이번 전쟁이 남길 진짜 교훈은 'AI가 살상연쇄를 가속할수록, 전쟁을 끝낼 능력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역설일지 모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