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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방산 보따리' 풀었다… 부품 65% '유럽산 룰'이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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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방산 보따리' 풀었다… 부품 65% '유럽산 룰'이 갈림길

역외 부품 35% 제한… 루마니아 공장 가진 한화에어로 유리한 고지
"이 3가지 안 보면 손해"… 4대 강국 비전, 유럽서 끝난다
미국이 빠지자, 유럽이 지갑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주독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못 박은 그날, 브뤼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럽 자체 방산 자금 2조 2500억 원이 시장에 풀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빠지자, 유럽이 지갑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주독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못 박은 그날, 브뤼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럽 자체 방산 자금 2조 2500억 원이 시장에 풀렸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빠지자, 유럽이 지갑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현지시각) "주독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못 박은 그날, 브뤼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럽 자체 방산 자금 22500억 원이 시장에 풀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K-방산의 향후 5년 매출 지형이 이 자금 흐름의 정중앙에 놓였다. , 모두가 수혜자는 아니다.

15억 유로 EDIP 본격 가동…7억 유로는 미사일·드론 방어로 직행


EU 집행위원회가 승인한 유럽방산산업프로그램(EDIP·European Defence Industry Programme) 2026~2027년 작업 프로그램은 지난 331EU 조달 포털에서 첫 공모가 개시된 데 이어, 4일을 기점으로 핵심 사업 신청 활동이 본격화한다. 총 규모는 15억 유로(22500억 원).

자금 무게추는 명확하다. 산업 강화(IRA·Industrial Reinforcement Action) 부문에 7억 유로(12000억 원) 이상이 배정돼 미사일·탄약·드론 방어(카운터-UAS) 같은 핵심 전략 자산의 생산 역량 확충에 직행한다. 이 가운데 미사일·탄약·폭탄 항목에만 18000만 유로(3100억 원)가 책정됐고, 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배회형 탄약(로이터링 뮤니션)이 핵심 지원 대상이다. 프로젝트당 최대 EU 지원금은 3000만 유로(517억 원).

회원국 공동 조달에는 24000만 유로(4135억 원)가 배정됐고, 우크라이나 지원 수단(USI)에는 2026~2027 작업 프로그램에서 IRA 7억 유로 중 26000만 유로(4480억 원)가 우크라이나·EU 협력 사업에 직접 투입된다. EDIP 전체 임기(2025~2027) 기준 USI 총 예산은 3억 유로(5177억 원). 방산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위한 공급망 가속 펀드(FAST)에도 1억 유로(1723억 원), 유럽 공동 방위 프로젝트(EDPCI)32500만 유로(5608억 원)가 별도 편성됐다.

EDIP 1차 공모 마감은 오는 10, 2차는 20272월이다. 공동 조달 사업의 경우 컨소시엄당 최대 2000만 유로(340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역외 부품 35% 이하"…현지 공장 없으면 보조금 흐름서 밀린다


EDIP 규정의 핵심 조항은 '유럽산 우선(Buy European)' 원칙이다. EU 이사회가 지난해 128일 최종 채택한 EDIP 규정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는 방산 제품은 EU 또는 연계국(노르웨이 등 EEA·우크라이나) 외 부품의 원가가 전체 부품 원가의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 뒤집어 보면 EU·연계국산 부품이 65%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협상 과정에서 유럽의회는 70% 기준선을 요구했으나 최종안은 35%·65% 구조로 확정됐다.

단순 완제품 수출 방식으로는 이 시장의 보조금 흐름에 접근할 길이 사실상 좁아진다. 이 조항은 현지 생산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K-방산 기업에 역설적 기회로 작동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11일 루마니아 듬보비차주 페트레슈티에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현지 생산할 'H-ACE 유럽(Hanwha Armoured Vehicle Centre of Excellence Europe)'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181055㎡ 부지에 첨단 조립 라인, 1751m 주행 시험로, 연구개발(R&D) 센터를 갖추는 이 시설의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현지화율 목표는 80%, 협력 현지 파트너는 30곳 이상이다. EDIP 65% 기준선을 15%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형 K2 전차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고, LIG D&A는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 유럽 사무소를 열며 본격 진출 채비를 갖췄다. 천궁-II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시장을 뚫은 LIG D&A의 다음 무대 역시 유럽이다. 다만 EDIP 보조금에 직접 접근하기 위해서는 EU·연계국 내 생산 거점과 컨소시엄 자격이 필요한 만큼, 현지 공장 가동 시점이 빠른 기업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숫자로 읽는 K-방산 EDIP 수혜 가늠자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DIP) 추진에 따른 K-방산의 수혜 가능성이 구체적인 수치로 가시화하고 있다. 202654일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수주 잔고는 노르웨이 천무 수출 등을 포함해 372000억 원에 달하며, 주가는 146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K-방산 '4'의 합산 영업이익은 46322억 원을 기록,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유럽 자체 전차·장갑차 생산 능력이 목표 대비 각각 41%, 32% 수준에 머문다고 분석하며, 한국 방산기업 이익 증가 속도가 2027년까지 라인메탈 등 유럽 경쟁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격차가 K-방산의 협상력을 키우는 구조적 배경이라는 진단이다.

'4대 방산 강국' 비전, 유럽 없이는 산식이 안 맞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국제항공우주방위전시회(ADEX) 2025에서 "방위산업 4대 강국이 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돌파해 미국·프랑스·러시아에 이어 4대 수출국에 진입한다는 정부 청사진의 연장선이다.

산식은 단순하지 않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한국의 세계 점유율은 2.2%, 순위는 10위다. 4위에 진입하려면 점유율을 3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중국(5.9%), 독일(5.6%), 이탈리아(4.8%)를 차례로 넘어서야 한다. 방산 수출 실적도 2022173억 달러(254400억 원)를 정점으로 2023135억 달러(198500억 원), 202495억 달러(139700억 원)2년 연속 후퇴했다.

4대 강국 비전이 구호가 아닌 숫자로 입증되려면 세계 방산 수요의 3분의 1이 몰린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EDIP'유럽산 우선' 조항은 이 길의 입장권 가격을 인상한 사건이며, 현지화 투자 없이는 4대 강국 산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트럼프 변수, 철수 명령은 'EDIP 가속 페달'


지난 1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6~12개월 내 주독 미군 약 5000명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추가 감축을 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현재 독일 주둔 미군은 약 36436, 유럽 전체로는 8~10만 명 수준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1일 현지 언론에 "예상된 조치"라며 "유럽이 자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수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같은 날 X"대서양 공동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동맹의 지속적 해체"라고 적었다. 미국 안보 우산이 얇아질수록 유럽 자체 방산 예산은 두꺼워진다. 같은 4, 미 방산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유럽판 독립 에디션 '브레이킹 디펜스 유럽'을 공식 출범시켰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3가지만 보면 된다


K-방산의 EDIP 수혜 가시성을 따질 때 봐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오는 10EDIP 1차 공모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 현지 컨소시엄으로 선정되는지다. 둘째, H-ACE 유럽 공장의 부품 현지화율이 EDIP 기준 65%를 충족하는 시점이다. 셋째, 루마니아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사업과 K2 전차 추가 도입 사업이 EDIP 보조금과 연계되는지 여부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EDIP'유럽산 우선' 조항이 한국 부품의 직접 수출 비중을 묶어 단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방산에 추가 관세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32배가 록히드마틴(19.6) 대비 고평가 영역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려 조 단위 빅딜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금융 공간을 키워두고 있다.

유럽이 돈을 쓸 의지와 구조를 동시에 갖춘 지금, 단순 완제품 수출 모델로 머무는 K-방산 기업은 변두리에 머물고, 현지 생태계의 정식 구성원이 되는 기업만이 이 자금 흐름을 자기 매출로 바꿔낼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