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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4주 만에 토마호크 850발 소진…美 방산 기반 '구조적 균열'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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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4주 만에 토마호크 850발 소진…美 방산 기반 '구조적 균열' 노출

개전 96시간 5000발 투입에 연간 생산량 9배 소모…"中과 싸우면 더 위험"
하루 1조 2500억 원 전쟁 비용의 핵심은 '재보급'…생산 체계 전면 재편 시급
미 해군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블록 V 순항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에픽 퓨리 작전에서 4주 만에 850발 이상이 소모되며, 연간 평시 생산량 90발과의 극단적 간극이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사진=미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블록 V 순항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에픽 퓨리 작전에서 4주 만에 850발 이상이 소모되며, 연간 평시 생산량 90발과의 극단적 간극이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사진=미 해군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정작 내부에서는 "미국 방위산업 생산 기반이 고강도 전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냉혹한 경고가 현실로 확인됐다. 적을 제압하는 능력과 전쟁을 지속하는 능력 사이의 간극이 실전에서 드러난 것이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안보 전문매체 스마트밤스(Smart Bombs)에 기고한 알렉산더 B 그레이(Alexander B. Gray)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는 미군의 압도적 전력 투사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고강도 전투 상황에서 미국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가혹하고 실시간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레이는 "미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방위 물자 생산 부담이 그 우위를 잠식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며 "즉응 생산 급증 능력(surge capacity)은 이론적 계획 요소가 아니라 미래 전쟁의 작전적 필수 조건"이라고 경고했다.

토마호크 연간 생산 90발인데 4주에 850발 소진…9배 초과 소모


수치가 위기의 본질을 말해준다. 미군은 이란 공습 개전 초기 96시간 동안에만 35종 이상의 정밀유도무기 5000발 이상을 투입했다. 그 가운데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의 소모가 가장 선명한 경고등이었다. 4주간 발사된 토마호크는 850발을 넘어섰다. 평시 기준 미국의 연간 토마호크 조달 수량이 약 90발이라는 점에서, 단 한 달 만에 연간 생산량의 9배 이상을 소모한 셈이다. 공대지 미사일 등 유사 무기 체계도 마찬가지여서, 복수의 무기 유형에서 수년치 생산 분량이 개전 초기 단계에 소진됐다.
이번 작전의 추정 비용은 하루 약 9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며, 그 중 상당 부분이 탄약 재보급 비용에 귀속된다. 미 해군이 의회에 요청한 토마호크 재보급 예산만 30억 달러(약 4조 3400억 원)에 이른다. 그레이는 이를 "출발점이긴 하지만, 방위산업 기반의 계획 지평과 현재 예산이 현대 전쟁의 '일(日) 단위~주(週) 단위' 소모 속도에 맞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5가지 교훈…"비축 의존은 불충분, 공급망 가시성은 국가 안보 문제"


그레이는 에픽 퓨리 작전에서 도출된 핵심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비축 탄약과 기존 재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장거리 타격 탄약의 초기 재고가 개전 포문을 여는 데는 충분할지 몰라도, 소진 속도가 후속 작전을 제약하고 인도태평양 사령부 등 다른 전구 사령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둘째, 다년도 조달 계획과 정책 민첩성이 성과를 만든다. 백악관의 조기 산업계 협의와 장기 계획을 통해 토마호크 연간 1000발 이상 생산 체제 전환과 정밀타격미사일(PrSM) 생산량 4배 확대가 가능해졌다. 셋째, 민·군 혼합 모델이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일방향 공격 드론의 신속 실전 투입과 민간 상용 기술 통합은 고가의 정밀 무기를 저비용 대안으로 보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넷째, 공급망 가시성은 국가 안보 문제다. 작전은 전통적 방산 대기업 외부에 잠재 생산 역량이 존재함을 드러냈으나, 하위 공급업체를 찾아 인증하는 과정 자체가 완전한 생산 급증을 지연시킨다. 다섯째이자 가장 결정적으로, 방위산업 기반 회복탄력성은 미국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전략적 우위다.

"싸울 능력보다 무기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中 장기전 시나리오의 위험


그레이가 가장 경고하는 시나리오는 중국과의 인도태평양 전면 충돌이다. 이란이라는 중견국(middle power) 상대의 지역 분쟁만으로도 재고가 급속 소진되는 현실에서, 중국과의 장기 고강도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 군수 생산 체계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에픽 퓨리에서 미군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기반과 발사 인프라를 타격한 것처럼, 미래 전쟁의 핵심 비대칭은 "누가 더 빠르게, 더 지속적으로 무기를 생산·보충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검증된 교훈이 미국 주도 고강도 작전에서 재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그레이는 "평화를 힘으로 지키는 전략은 전투 역량만큼이나 산업 역량에 달려 있다"며 "에픽 퓨리는 미군이 끊임없는 화력을 투사할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이제 방위산업 기반은 그 화력을 보충하고 유지할 지속적 회복탄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의회와 백악관이 제조 가시성 법제화,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권한 확대, 핵심 공급업체에 대한 지분 참여 같은 산업 정책 도구를 동원해야 한다는 처방도 제시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