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S 2040년대로 밀리고 트럼프 갈등 겹치자 마드리드 전략 전면 수정
"F-35보다 10t 무장·쌍발 엔진" 튀르키예 TAI 홍보전…"기술 이전 패키지도 가능"
"F-35보다 10t 무장·쌍발 엔진" 튀르키예 TAI 홍보전…"기술 이전 패키지도 가능"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산 F-35 도입을 사실상 철회한 스페인이 이번에는 튀르키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KAAN 도입 가능성을 정부 간 채널을 통해 공식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독일·스페인 3국 공동 개발 차세대 전투기 FCAS(Future Combat Air System)가 무한 표류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의 심화하는 갈등이 스페인의 방산 전략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 시각) 유라시안타임스(EurAsian Times)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Turkish Aerospace Industries)의 메흐메트 데미로을루(Mehmet Demiroğlu) 최고경영자(CEO)는 이스탄불에서 열린 SAHA 2026 국제방산전시회에서 스페인과 KAAN 전투기 잠재적 판매를 위한 예비 정부 간(G2G)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스페인 방산 전문 매체 인포데펜사(Infordefensa)가 이를 처음 보도했다. 협의는 기술적·정치적 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F-35 철회→FCAS 표류→KAAN 검토…스페인 전략의 3단계 변화
스페인의 행보는 단계적이다. 마드리드는 2023년 예산에서 약 62억 5000만 유로(약 10조 7800억 원)를 차세대 전투기 도입 예산으로 배정하며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CAS를 우선 검토했다. 그러나 2025년 8월 미국산 F-35 도입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 배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KAAN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5% 압박·이란전 기지 거부·NATO 제명설…미·스페인 갈등이 방아쇠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전력 공백 해소를 넘어서는 이유는 미국과의 갈등 구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이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 요구에 미온적이라며 공개적으로 강하게 압박해왔다. 더 나아가 최근 유출된 미 국방부 내부 문건에서는 이란전 지원 거부를 이유로 스페인의 NATO 지위 정지 가능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 스페인 대통령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공개 반대하고, 스페인 내 미군 공동 기지에서의 대이란 작전 수행을 거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KAAN 검토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한다. 캐나다·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에서 제기된 "미국이 정치적 갈등 시 F-35 부품 공급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F-35 대신 대안을 찾게 만드는 구조적 동인이다.
역설적인 것은 튀르키예 역시 러시아제 S-400 구매를 이유로 F-35 프로그램에서 축출된 나라라는 점이다. 앙카라 스스로가 F-35 도입을 절실히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이 F-35 대신 튀르키예산 5세대기를 검토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KAAN 제원…쌍발·최대 10t 무장·마하 2급 속도 불구 실전 미검증
TAI의 테멜 코틸(Temel Kotil) 전 총괄은 "F-35는 6t 무장을 탑재하지만 KAAN은 10t을 탑재한다. 엔진이 두 개여서 에너지가 더 강하고 레이더가 더 먼 거리를 조준할 수 있다"며 KAAN의 우위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KAAN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며, 양산 체계도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상태다. F-35는 NATO 다수 회원국이 운용하는 플랫폼으로 상호운용성과 작전 성숙도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다.
기술 이전 패키지가 스페인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인포데펜사 보도에 따르면 TAI는 스페인 기업의 참여와 기술 이전을 포함하는 허제트(Hürjet) 고등훈련기 수출 방식과 유사한 모델을 KAAN에도 적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KAAN 48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제조·기술 이전·항공우주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포괄 패키지를 확보했다. 스페인 역시 유사한 조건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이 실제로 KAAN을 도입한다면 이 기종의 두 번째 수출 계약이 된다. 현재 스페인·튀르키예 방산 협력은 이미 상당 수준으로 진행 중이다. 스페인은 튀르키예 허제트 고등훈련기 약 3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허제트의 첫 번째 수출 고객이 됐다. KAAN 협상도 이 기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NATO 내부에서조차 미국 중심 방산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유럽 차세대 공중전 시장의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급부상하는 국면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