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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또 교착… 트럼프 "전혀 수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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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또 교착… 트럼프 "전혀 수용 불가"

이란, 14개 항목 미국 평화안에 '핵 프로그램 협의 거부'로 맞불
브렌트유 배럴당 101달러… 전쟁 전 대비 40% 급등,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경고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최신 종전 답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최신 종전 답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연합뉴스


CNN·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알자지라·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의 10~11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이 개전 70일을 넘어서는 가운데,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최신 종전 답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협상이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핵 프로그램 처리라는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1달러 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답변 전달… 트럼프 "47년 동안 질질 끌어왔다"


이란은 10일 오전 파키스탄 중재를 통해 미국 평화 제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전달했다. 이란 국영 통신 이르나(IRNA)는 이번 답변이 "전선 전반의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반(半)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측 제안에 즉각적인 전쟁 종식,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금지 보장, 제재 전면 해제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한 선(先)핵 프로그램 협의, 즉 우라늄 농축 모라토리엄에 대한 선제 약속은 이번 답변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 소셜에 "이란 소위 '대표자들'의 답변을 방금 읽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전혀 수용 불가!"라고 썼다. 이어 별도 게시글에서 "이란은 47년 동안 미국을 질질 끌어왔다(지연, 지연, 지연!)"며 "이제 더 이상 웃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 '60분'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패배했지만 끝난 건 아니다"라며 추가 타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크 월츠는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해선 안 되며,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아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앞으로 수개월은 버텨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 농축 기간이 최대 쟁점… 이스라엘 "아직 할 일 남아"


협상의 핵심 걸림돌은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이다. 악시오스가 앞서 보도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최소 20년의 농축 중단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5년을 제시했다.

복수 소식통은 현재 협상에서 12~15년 선이 타협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한 핵 시설 해체를 거부했으며, 중단 기간이 끝난 뒤엔 3.67% 수준의 저농축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추정치로 440㎏에 이른다. 알자지라는 이 양이면 핵탄두 11개를 제조할 수 있는 90% 농축 우라늄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CBS '60분' 인터뷰에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내놓지 않았고, 핵 시설도 해체하지 않았으며, 지역 대리세력 지원도 멈추지 않았다.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라늄을 이란 영토에서 물리적으로 꺼내오는 것이 최선이라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직접 가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별도 인터뷰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은 폭격된 핵 시설 잔해 아래 묻혀 있으며 "우주군이 감시하고 있다"며 "누군가 접근하면 이름도, 주소도, 배지 번호도 알 수 있고, 폭파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봉쇄 75일째… 국제 유가 101달러, 걸프 경제 총체적 타격


외교 교착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 긴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랍에밀리트(UAE)는 10일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 2기를 요격했으며 카타르는 자국 해역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도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을 격추했다.

이란은 지난 8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2척을 공격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선제 도발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고 반박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10일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자유로워지는 순간 에너지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유가 하락 시점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걸프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누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 초기 수 주 동안 이 지역 관광 수입이 하루 6억 달러(약 8793억 원) 씩 사라졌다고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 추산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월별 수출 수입이 사실상 멈췄으며, 바레인의 경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도 미사일 공격으로 일부 파손돼 카타르에너지는 복구에 최장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이란 전쟁 여파로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내려 잡으면서, 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기침체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 19일 예정됐던 금리 인하를 보류하고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이 4.2%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봉쇄 해제 직후 유가 하락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전쟁 기간 줄어든 유정 생산을 재개하는 데도 수 주가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대안 에너지원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장기적으로 걸프 산유국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종식 이후 호르무즈 국제 해상 안전 임무 참여를 위해 각각 군함을 중동에 파견했다. 40여 개국 국방장관들은 11일 영국 주도의 해협 보호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할 예정이다. 이란 외무부 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영·프랑스 군함의 해협 배치가 "확전 행위"라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절대 적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며, 대화나 협상이 거론된다 해도 이는 항복이나 후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란 주재 중국 대사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는 "중국이 향후 이란과 미국 간 합의의 보증국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이란-미국 협상 타결 여부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