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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비, 290억 달러 돌파 전망…트럼프 "미국인 살림 신경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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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비, 290억 달러 돌파 전망…트럼프 "미국인 살림 신경 안 써"

유가 100달러·휘발유 갤런당 4.52달러, 실질임금 3년 만에 뒷걸음
트럼프 "시진핑과 긴 얘기"…중국은 이란과도 먼저 만나 '중재자' 자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개전 10주를 넘긴 미·이란 전쟁은 협상 결렬, 에너지 가격 폭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3중 충격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AP통신·CNN·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12~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미국인의 살림살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며 이란 핵 포기를 협상의 유일한 기준선으로 못 박은 채 중국 베이징행 전용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 국방부는 전쟁 비용 추산치를 직전 의회 보고 수치인 250억 달러(약 37조3000억 원)에서 290억 달러(약 43조 원)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를 다룰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이란은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 보이는 순간이다.

협상 공전…이란 "항복 문서 아냐", 트럼프 "쓰레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란이 제시한 14개 항 반제안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란 측 반제안에는 전쟁 배상금, 호르무즈 해협 완전 주권 인정, 대(對)이란 제재 전면 해제, 동결 자산 반환 등이 담겼다.

이란 외무부 부장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력과 압박으로 정치적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은 우라늄 농축 완전 중단이다. 이란은 농축중단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되, 미국이 제시한 20년 유예 대신 훨씬 짧은 기간만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며 핵시설 해체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13일 이라크와 파키스탄이 이란과 개별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 허가를 얻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라크는 12일 원유 약 4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 2척을 해협 밖으로 내보냈고, 파키스탄은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해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2척을 받기로 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소속 LNG 탱커 한 척이 12일 이란의 허가 아래 해협을 통과하긴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특정 국가와의 양자 협상 결과로 볼 수 있어 전면 재개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분석이다.

유가 100달러 돌파·실질임금 마이너스…미국 소비자 직격


이런 협상 공전의 대가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전쟁발발 이후 국제 원유 가격은 50% 넘게 뛰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12일 배럴당 100.3달러(약 14만 9640원), 국제 기준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76달러(약 15만 7790원)에 거래됐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2달러로 이란 전쟁 이전 대비 50% 이상 올랐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연간 소매 평균 유가를 갤런당 3.88달러(약 5780원)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한 달 전 전망치 3.70달러보다 18센트 높은 수치다.

에너지 비용 급등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제 전문 매체 악시오스와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종합하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3.6%에 머물러, 실질임금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0.2% 뒷걸음쳤다. 에너지 비용이 전년 대비 18% 뛰면서 4월 물가 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식료품과 외식비도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핵무기를 가진 이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주식시장이 조금 오르내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5월 11일에는 연방 유류세 일시 중단 방침을 밝혔으나, 이 조치는 의회 승인이 필요해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트럼프 "이란보다 무역이 핵심"…방중 성과는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을 나서며 "시진핑과 이란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눌 것"이라면서도 곧바로 "솔직히 이란이 핵심 의제는 아니다. 이란은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무역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가 더 넓은 관계나 베이징 회의에서 나올 합의를 망치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란 문제에서 정상회담 전부터 기대치를 낮게 설정했다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양국의 이런 태도는 각자의 내부 사정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 압박 속에서 이란 전쟁 종식이 절실한 상황이고, 시진핑 주석도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로 자국 경제가 흔들리는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며 LNG 수입 비중도 크다.

여기에 대만 관련 무기 판매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 패권 경쟁까지 얽혀 있어 정상회담 의제는 복잡하게 쌓여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텀하우스의 아흐메드 아부두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위험을 기피하고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일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를 먼저 접견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 미국보다 이란을 먼저 만나 협상 카드를 파악한 뒤 트럼프를 상대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란군의 미군 공격에 쓰이는 위성영상을 제공한 중국 기업 3곳을 포함한 4개 법인을 추가 제재했다. 중국은 이에 "불법적 일방 압박"이라며 2021년 제정 후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던 자국 기업 보호 법령을 처음 적용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진 셈이다.

사우디·UAE 이란 본토 타격…충돌 구도 더 복잡


전쟁의 실제 판도가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서방 당국자 2명과 이란 당국자 2명의 확인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3월 말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이 확인된 첫 사례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에 군사 타격을 가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확인했다. 사우디는 이후 이란과 외교 채널을 통해 '상호 자제 합의'에 이르렀으나, UAE는 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 알리 바에즈는 "사우디의 보복 타격과 이어진 상호 자제 합의는 양측이 통제 불능의 확전에 따른 대가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쿠웨이트는 1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으로 추정되는 4명이 5월 1일 부비얀 섬에 어선을 타고 침투하려다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 섬에는 중국이 투자한 항구 시설이 있어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이란 측은 "항법장치 오작동으로 쿠웨이트 수역에 들어간 해경 요원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망: 교착 장기화 속 에너지 가격 고착 우려


에너지 자문회사 MST마르퀴의 리서치 헤드 사울 카보닉은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 관행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늘수록 이란의 영구적 해협 통제권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이전 한 달 평균 3000척 수준이던 해협 통과 선박은 현재 전쟁 이전의 5%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LNG 가격은 전쟁발발 이후 35~50%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원유가 쏟아져 나와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 이라고 장담하지만,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재개방 없이는 에너지 가격의 구조적 고착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은 전쟁 이후 해협 통제권을 항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형태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란과의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굴복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핵 문제, 탄도미사일, 역내 무장세력 지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4대 쟁점 모두에서 양측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