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해협 반드시 열어야" 공동선언에도 이란 핵 협상 교착
사우디 아람코 "매주 1억 배럴 손실… 올여름 비축유 바닥날 수도"
사우디 아람코 "매주 1억 배럴 손실… 올여름 비축유 바닥날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7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북해산 브렌트 원유가 15일(현지시각) 기준 배럴당 105달러에 거래되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14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공동 합의했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CBS뉴스, CNN, CNBC, 타임지, 미 의회조사국(CRS) 등이 14~1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Fox News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장 불가와 해협 개방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시진핑은 또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트럼프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는 정보 공유나 전자 장비 수출, 이란산 원유 구매 지속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반쪽짜리 약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넬대학교 에스워 프라사드 경제학 교수는 CNBC에 "두 지도자가 일부 사안에서라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글로벌 교역과 국제 규범 체계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14일 경고했다.
핵심 걸림돌은 협상 순서다. 미국은 이란이 최소 12년간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하고, 농축도 60%에 이른 보유 우라늄 약 440㎏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런던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디렉터 사남 바킬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왜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합의를 거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과거 트럼프에게 큰 상처를 입었고, 협상 초기에 양보를 내줄 생각이 없다"고 14일 분석했다.
막후 협상은 조용히 진전 중이다. 미국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관리들과 직·간접 채널로 1페이지 분량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조율 중이다.
이 MOU는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30일간의 세부 협상 개시를 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협상 장소로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또는 스위스 제네바가 거론된다.
한국 화물선 피격·매주 1억 배럴 손실… 에너지 위기 '카운트다운'
전선은 외교 테이블 밖에서도 뜨겁다. 14일 영국 해사무역처(UKMTO)는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 항구 북동쪽 약 38해리 해상에서 선박 한 척이 미확인 세력에 장악된 뒤 이란 영해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4일에는 한국 선사 HMM이 운항하는 화물선 HMM 나무호가 UAE 인근 해역에서 폭발 사고를 당했다. 타임지는 이 사고를 이란의 공격으로 분류해 보도했으며, 이란은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단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타임지는 15일 보도했다.
에너지 위기도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현 상태로 계속 막혀 있으면 매주 약 1억 배럴의 공급 손실이 발생한다.
비축유가 올여름 심각하게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협이 오늘 열린다 해도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몇 달이 걸린다. 개방이 몇 주 더 늦어진다면 정상화는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경보를 울렸다. 줄리 코잭 IMF 대변인은 14일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글로벌 경제가 (성장률 3.1%의) 기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고유가·인플레이션 불안·금융 긴축이 겹치는 '악화 시나리오'(성장률 2.5%)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대학교 이란 전쟁 에너지 비용 추산기에 따르면 미국 가구당 평균 284달러(약 42만 원), 총 370억 달러(약 55조 2595억 원)의 추가 부담이 이미 발생했다.
군사적으로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브래드 쿠퍼 제독이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이란 해군 기뢰 8000발 중 90% 이상을 파괴했고,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반군의 이란 무기 공급망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정보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미사일 기지 33곳 중 30곳에 여전히 작전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15일 보고서에서 이란과의 전쟁 비용이 290억 달러(약 43조 3115억 원)를 웃돈다고 밝혔다.
레바논 전선도 혼란을 더한다. 헤즈볼라가 14일 이스라엘 영토에 폭발 드론을 발사해 민간인 수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레바논 내 40곳 이상을 이틀 연속 폭격했으며, 3월 2일 이후 레바논 누적 사망자는 2896명에 이른다.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레바논 대표단이 워싱턴 국무부에서 3차 회담을 열었지만, 이번 일요일 만료 예정인 정전 합의의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호르무즈가 오늘 열린다 해도 시장은 몇 달이 지나야 안정된다"는 아람코 CEO의 말은, 이번 전쟁의 후유증이 종전 이후에도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 전반을 얼마나 오래 짓누를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