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역대급 엔저에… 日 중고차 ‘해외 싹쓸이’ 폭주, 국내 딜러·소비자는 눈물

글로벌이코노믹

역대급 엔저에… 日 중고차 ‘해외 싹쓸이’ 폭주, 국내 딜러·소비자는 눈물

2025년 중고차 수출 170만 대 돌파 ‘3년 연속 신기록’… 러시아·스리랑카 수요 폭발
평균 경매가 5년 전 대비 60% 급등… 4년 된 프리우스 중고가가 신차와 맞먹는 285만 엔
경매 입찰 밀린 중소 딜러 잔혹사… 2025년 파산 99건 ‘13년 만에 최고치’ 기록
중고차 딜러들은 높은 경매 가격으로 인해 중고차 재고 비용이 더 비싸지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고차 딜러들은 높은 경매 가격으로 인해 중고차 재고 비용이 더 비싸지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오랜 기간 적당한 가격과 뛰어난 관리 상태로 일본 서민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던 일본 중고차 시장이 역대급 엔화 약세(엔저) 폭탄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전 세계 바이어들이 일본 중고차를 무섭게 쓸어 담으면서 수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반면에 정작 일본 국내 소비자들과 중소 딜러들은 가격 급등과 재고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외화내빈’의 위기에 직면했다.

19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엔화 가치 하락이 길어지면서 일본 내 중고차 조달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100만~200만 엔(약 6300~1만2600달러)대의 가성비 좋은 선택지가 완전히 씨가 마른 상태다.

엔저 업은 해외 바이어 ‘온라인 싹쓸이’…3년 연속 수출 신기록


일본 중고차수출협회가 집계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의 중고차 수출 대수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170만8604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연간 역대 신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중고차는 평소 주행거리가 짧고 주기적인 정비(샤켄·자동차검사) 덕분에 상태가 훌륭해 해외에서 본래 인기가 높았는데, 여기에 역대급 엔저까지 겹치면서 해외 구매자들에게 가격 메리트가 극대화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속에서도 러시아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데다 2025년 무려 5년 만에 중고차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한 스리랑카 시장이 열리면서 수출 전선에 거대한 기폭제가 됐다.

비록 지난해 주요 수출국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노선이 최근 격화된 중동 분쟁 여파로 물류 둔화를 겪고 있으나, 이를 상쇄할 만큼 글로벌 전역의 대기 수요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중고차가 신차 가격 육성…미니카마저 100만 엔 돌파


해외 수출업자들이 경매장에서 공격적으로 베팅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기준선이 되는 경매 낙찰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최대 중고차 경매 운영사인 USS에 따르면 지난 2월 거래된 차량의 평균 경매 가격은 138만 엔으로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2025 회계연도 전체 평균 역시 125만 엔을 기록해 코로나19 이전인 2020 회계연도 대비 60%, 2015 회계연도 대비로는 무려 90% 가까이 폭등했다. 중동 리스크가 남아있던 지난 4월 평균 가격도 122만 엔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한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경매가 폭등은 고스란히 소비자 판매가로 전가되고 있다. 중고차 정보 사이트 카센서(Car Sensor) 기준, 2025년 12월 중고차 전체 평균 매장 판매 가격은 약 225만 엔으로 3년 전보다 40만 엔 이상 급등했다.

미니밴 평균 가격은 3년 전보다 16% 오른 259만 엔, SUV는 13% 오른 369만 엔을 기록했다. 2024년 5월까지만 해도 100만 엔 이하로 살 수 있었던 일본의 상징 ‘경차(미니카)’마저 이후 평균 가격이 100만 엔 선을 돌파했다.

토요타의 4년 된 프리우스 중고차 매물은 현재 285만 엔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신차 가격(321만 엔)과 불과 30여만 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기현상이다.

토요타 코롤라 역시 4월 말 기준 평균 193만 엔에 거래되고, 출고된 지 5년이 지난 모델도 신차 가격(약 279만 엔)의 70% 수준인 160만~180만 엔을 줘야만 겨우 구할 수 있다.

넥스테이지(Nextage) 등 대형 매매 단지 관계자는 "일부 차종은 재고 확보 비용만 3년 전보다 100만 엔 이상 올랐다"면서 "100만 엔 안팎의 예산으로는 이제 쓸 만한 차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자금력 밀린 중소 딜러 ‘연쇄 파산’ 잔혹사


해외 자본과의 무한 경쟁은 일본 국내 영세 중고차 딜러들에게 사형선고가 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딜러들은 자체 매입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타던 차를 그대로 넘겨받아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마진을 방어하고 있다.

반면에 오직 도매 경매장에만 매물 확보를 의존해온 중소형 딜러들은 달러나 유로화를 쥔 수출업자들의 입찰 단가를 당해내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 신용조사기관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중고차 딜러의 파산 건수는 전년보다 8건 증가한 99건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금 한계에 부닥친 딜러들이 매물을 구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고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연쇄 붕괴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 속에서 일본 내 저렴한 중고차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지만, 엔저 기조 속에 수출 독점이 계속된다면 국내 가격은 더욱 미쳐 날뛸 것"이라면서 "이러한 추세가 고착될 경우 조만간 일본 서민들이 서민용 중고차를 사는 것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해지는 자원 유출의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