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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도 연봉 인상도 없다”…美 사무직 4명 중 1명 ‘중간 경력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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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도 연봉 인상도 없다”…美 사무직 4명 중 1명 ‘중간 경력 정체’

WSJ “5년 이상 제자리”…AI·감원·채용 둔화 속 커지는 커리어 불안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금 상승이나 직급 상승 없이 경력이 정체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금 상승이나 직급 상승 없이 경력이 정체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챗GPT

미국 사무직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은 중간 경력 단계에서 승진이나 실질 임금 상승 없이 장기간 정체 상태에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높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직장인이 경력 상승 사다리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최근 기업들의 감원과 채용 둔화가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버닝글래스연구소와 뉴욕대(NYU) 전문대학원 연구진은 2000년 이후 미국 중간 경력 전문직 종사자 130만명의 경력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약 25%는 최소 5년 이상 사실상 임금 상승이나 직급 상승 없이 경력이 정체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중간 경력 정체(midcareer stall)’ 현상이 단순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평생 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닝글래스연구소의 맷 시걸먼 대표는 “노동력의 4분의 1 규모라면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다들 현재 직장 버티는 분위기”


텍사스주 갈런드에서 사무관리자로 일하는 에리카 오버핸슬리는 7년째 같은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41세인 그는 몇 년 전 물가 급등 시기에 임금 인상을 받았지만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현실(VR) 게임 개발 업계에서 일하던 남편이 지난해 실직한 이후 커리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는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가진 직장을 어떻게든 붙잡고 있다”며 “구직 시장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버핸슬리는 이후 회계·재무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튜이트의 부기 자격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기존 직무와 연관된 인접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면 경력 정체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반 사무관리자가 사업운영 직군으로 이동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데이터 과학 분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 AI 시대 ‘인접 기술’ 중요성 커져


연구에서는 대중연설, 시간관리, 커뮤니티 관리, 행사 기획 같은 역량도 경력 정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로 꼽혔다.

NYU 전문대학원의 앤지 카마스 학장은 “산업 구조와 기술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추가 교육과 자격증은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던 에리히 아일렌베르거는 승진 실패 이후 기부금 유치 경험을 강조해 다른 대학의 신규 직무로 이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한 가지 기술만 갖고 있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직장 안정성은 환상” 인식 확산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직장 문화 변화와도 맞물린다.

아마존과 메타플랫폼스, UPS 등 미국 대기업들이 최근 수천명 규모 관리직과 사무직 감원에 나서면서 승진 기회 자체가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근로자가 외부 회사로 더 높은 연봉 조건의 이직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1980년대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

공공행정 분야는 특히 경력 정체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분석됐다. 이 분야 종사자의 약 30%가 중간 경력 정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주정부 기관에서 법률·규정 준수 업무를 맡고 있는 시디 트라오는 “직장 안정성은 환상에 가깝다”며 “더 이상 일반적인 직장만으로 자산을 만들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해 주말에는 부동산 오픈하우스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