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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평균 차령 12.8년 '사상 최고'…수리시장 판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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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평균 차령 12.8년 '사상 최고'…수리시장 판도 뒤흔든다

전기차 외면·신차값 5만 달러 돌파에 '오래 타기' 문화 정착…딜러·정비업체 생존 경쟁 가열
포드·GM·펜스키, 신차 판매 대신 '수리·유지보수' 사업 전면 확대
미국 자동차 평균 차령 상승으로 정비 업체의 수리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자동차 평균 차령 상승으로 정비 업체의 수리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신차 한 대를 800달러(약 124만 원) 이상 월 할부로 사야 하는 시대,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존 차를 고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도로 위 자동차의 평균 차령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동차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의 평균 차령이 약 13년에 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승용차를 포함한 경량 차량의 평균 차령은 2025년 기준 12.8년으로 상승했으며, 승용차만 따로 집계하면 14.5년에 달했다. 평균 차령은 8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공급망 붕괴로 신차 생산이 급감한 데다, 이후에도 신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가 막혀 버린 것이다.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 집계 기준 현재 미국 신차 평균 판매가는 약 5만 달러(약 7798만 원)에 육박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만 달러(약 1559만 원) 이상 오른 수준으로, 올해 4월 신차 평균 판매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추가 상승했다.

'고장날 때까지 탄다'…소비자 인식 바뀌었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 기술과 소재 품질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이 차를 오래 유지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사추세츠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티머시 메이슨(41세)은 2010년형과 2001년형 혼다 어코드 두 대를 운행하고 있다. 2001년형은 주행거리가 45만 킬로미터를 넘었다.

그는 WSJ에 "새 차를 살 경제적 이유가 어디에 있냐"며 "월 800달러 이상을 내고 신차를 사봐야 연비가 조금 좋아지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일리노이주의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크리스 글리슨(Chris Gleeson)은 팬데믹 때 원하는 신차를 구하지 못해 중고 도요타 타코마를 구입했다.

현재 그는 새 차 구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내 역시 2007년형 도요타 프리우스를 계속 타고 있다. "이 차는 고장이 안 난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앞으로 15년은 더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스카일러 채드윅(Skyler Chadwick) 컨설턴트는 WSJ에 "소비자들이 현재 차량에 묶여 있고, 수리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딜러·완성차 업체, 수리시장으로 전략 이동


이 변화는 자동차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신차 판매 마진은 갈수록 박해지는 반면, 수리·유지보수 사업의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자동차 딜러 가맹점 총이익의 약 절반이 서비스 부문에서 나온다.

포드(Ford)는 최근 광고 전략을 신차 판매에서 수리 서비스 강화로 전환했다. 이동식 정비 차량을 운영해 고객이 있는 곳으로 기술자가 직접 찾아가는 '모바일 서비스'를 이번 주 공식 출범했다.

포드 고객 서비스 부문 부사장 대니얼 저스토(Daniel Justo)는 "딜러 서비스가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형 딜러 체인 펜스키 오토모티브 그룹(Penske Automotive Group)은 수리 전담 공간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전시 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펜스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셸리 헐그레이브(Shelley Hulgrave)는 "기술자 한 명, 정비 베이 하나하나가 수익성이 매우 높다"며 향후 수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수리·유지보수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억 8350만 달러(약 2862억 원)를 넘어섰으며, 2032년까지 연평균 10.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딜러들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WSJ에 따르면 딜러의 수리 서비스 방문 비율은 2018년 이후 12% 감소했다. 특히 구매 후 2~5년 이내 차량 고객들이 독립 정비소나 대형 오일교환 체인 등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프라이브(Jiffy Lube) 등 전국 규모 오일교환 체인들이 기본 수리 서비스 영역까지 영역을 넓히며 고객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딜러 보자드 포드 링컨(Bozard Ford Lincoln)의 운영 총괄 에드 로버츠(Ed Roberts)는 "판매에서 돈을 못 벌면 서비스에서 벌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 파이를 모두가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CCC 인텔리전트 솔루션스의 업계 분석 책임자 카일 크룸라우프(Kyle Krumlauf)는 미국 차량 노후화 추세를 가리켜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차 가격이 구조적으로 높게 형성된 데다 차량 내구성 자체가 향상되면서 미국인의 '오래 타기' 문화는 산업 전반에 걸친 변수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